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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 자객 May 28. 2019

심심풀이 명화 이야기 ㅡ<여왕의 영광과 비애>ㅡ

청소년들 사이에 화장이 유행이랍니다. 중고등학생은 물론이고 초등학생들까지... 요즘 문방구에 가면 학용품보다 값싼 화장품이 더 인기랍니다. 길거리에서 화장기 진한 교복 입은 학생들 얼굴을 마주치는 것도 다반사입니다.

 

화장을 안 해도 너무 예쁠 나이에 왜 굳이 화장을 할까 싶어 안타깝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말을 하면 꼰대라는 소리 들을까봐 속으로만 생각하지요. 문득 옛날 사람들은 어땠을까 화장에 대해 궁금해졌습니다.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은 영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왕 중의 하나입니다. 44년 동안 통치하면서, 유럽 변방의 섬나라 영국을 세계를 주름잡는 강국으로 우뚝 세웠습니다.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무찌르고 해상권을 장악했지요.


이런 위대한 여왕이지만 외모에 대해서 남모를 컴플렉스가 있었답니다. 피부가 약간 거무스름했을 뿐 아니라 천연두에 걸려 죽을 뻔한 뒤 겨우 살아나 얼굴에 곰보자국이 생긴 겁니다. 여왕은 천연두 자국을 가리기 위해 납성분이 함유된 화장 반죽을 얼굴에 아주 짙게 발랐습니다. 화장을 한 뒤에는 웃거나 입을 크게 벌리지도 못했답니다. 자칫하면 두꺼운 화장 반죽에 쩍쩍 금이 갔기 때문이지요.

나중에는 납 중독에 걸려 피부가 퍼렇게 되었을 뿐 아니라 머리카락도 빠지고, 이도 빠졌습니다. 이가 빠져 볼이 홀쭉해지자 이것을 감추기 위해 솜뭉치를 입에 물었습니다. 그래서 잘 웃지도 못했답니다. 깔깔대고 웃다가 입안의 솜뭉치가 밖으로 튀어나올 수도 있었으니까요.


자신의 흉한 얼굴이 보기 싫어진 여왕은 궁안의 모든 거울을 치우게 하고 머리에는 붉은 색 가발을 썼습니다. 하지만 이런 비애를 아는지 모르는지, 당시 귀부인들은 여왕의 화장법을 추종했습니다. 여왕처럼 얼굴을 하얗게 칠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납중독에 걸린 사람들이 수두룩했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렀답니다.

요즘 청소년들은 여자뿐 아니라 남자들도 간간이 화장을 한다는 소문을 듣습니다. 이미 충분히 예쁜데도 더 예뻐지고 싶은 욕망이 있나 봅니다. 하긴 뭐 살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여성들이 다이어트에 목매다는 걸 보면 좀 지나치다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우리 사회의 외모 지상주의가 그리 만드는 게 아닌가 싶어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과학상식이 발달한 덕분에 화장을 해서 사망에 이르렀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으니 이걸로 위안을 삼아야 할까 봅니다. 아니, 그래도 싸구려 화장품 때문에 아이들 여린 피부가 상하지 않을까 괜한 걱정이 앞서는 저는 확실히 꼰대가 맞는 것 같습니다. 되도록 입을 닫고 지갑만 열어야겠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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