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근대 화단의 최고봉으로 불리는 제백석의 그림이다. 제목이 너무 이상해서 눈길을 끌었다. 이식(耳食)ᆢ귀로 먹는다는 뜻? 그림 속 더벅머리 사내가 생선 살을 젓가락으로 떠서 귀로 가져가는 모습이다. 음식을 귀로 먹으니 그 맛을 어찌 알겠는가!
그러나 세상에는 음식을 귀로 먹고 그 맛을 논하는 엉터리들이 적지 않은 듯하다. 귀로 먹고 말하는 자들일수록 오히려 확신에 차 있는 경우가 많다. 세상 사람들은 모르고 자신만이 아는 듯 설익은 생각을 발설한다.(나도 이런 적 많다ㅠ) 풍문으로 설핏 들은 것도 직접 보고 들은 것처럼 말한다. 그들의 혀는 때로 면도칼이 되어 대수롭지 않게 남들에게 상처를 입히곤 한다.
제백석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이 그림을 그렸던 걸까? 문득 궁금해진다. 하긴 작자의 의도가 뭐 그리 중요하랴. 어차피 그림이든 글이든 음악이든 작자의 손을 떠나면 그 때부터는 감상자의 몫이 아닌가. 경험상 이식의 무리는 대개 힘있고 잘난 자들일 경우가 많다. 갑질이란 말이 사회현상으로 부각되는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나처럼 못난 자들이야 한켠에 수줍게 서서 쥐죽은 듯 있는 쪽이지만 그래도 모를 일이다. 나도 모르게 귀로 먹고 그 맛을 함부로 말한 적은 없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스스로를 살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