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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 자객 Feb 04. 2019

민화 - 까치 호랑이 그림의 매력

https://cafe.naver.com/eunjihwa



민화는 백성들의 실생활에 널리 쓰이던 실용적인 그림입니다. 선비들이나 솜씨 좋은 화원들이 그린 격조 높은 작품들은 오래 두고 감상하는 그림이지만, 민화는 어떤 특별한 목적을 위해 사용되던 그림이지요. 민화의 가장 큰 기능은 벽사기복(辟邪祈福)이었습니다. 즉 사악한 기운을 몰아내고 복을 기원하는 것이죠.


민화 중에서 사람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게 까치호랑이 그림입니다. 그림의 형식은 보통 화면 중앙에 커다란 호랑이 한 마리가 그려지고, 그 옆의 소나무 가지에 까치가 앉아 있는 모습이지요. 이 그림은 백성들로부터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옛날에는 새해 정월이 되면 집집마다 까치 호랑이 그림을 걸곤 했는데, 그 까닭은 무엇일까요?


알다시피 까치는 우리 조상들이 매우 길하게 여기던 새입니다. 지금도 아침에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소식이 온다는 믿음이 남아 있으니까요. 호랑이 역시 예로부터 매우 신령스럽게 여기던 동물입니다. 민간 신앙에서는 호랑이를 산신령으로 받들기도 했지요. 옛날 사람들은 집안에 나쁜 일이 생기거나 가족이 병이 들면 그게 다 못된 귀신들의 장난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무서운 호랑이가 그런 잡귀를 물리치고 집안의 재앙을 막아준다고 여겼던 것이죠.


그림 속 소나무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어요. 겨울에도 늘 푸른 소나무는 새해 정월(1월)을 상징하지요. 화투패에서 솔(소나무)이 숫자 1이 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대문에 호랑이 그림을 단 이유는 간단해요. 새해 정월을 맞아 신령스러운 호랑이 기운을 빌어 집안의 액운을 막고, 까치가 반가운 소식을 물어오길 바랐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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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그림을 약간 다른 방식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읽는 그림이라는 것이지요. 옛그림은 대개 그림을 보고 글자처럼 읽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읽는 법을 다 잃어버렸죠. 소나무는 새해 정월을 뜻하니 ‘신년(新年)’이라고 읽으면 되고, 까치는 좋은 소식을 가져오기 때문에 ‘기쁠 희(喜)’ 자로 읽으면 됩니다. 여기서 문제는 호랑입니다. 원래 중국 그림에서는 이것이 표범이었다고 하는데, 표범의 표(豹) 자는 알린다는 뜻의 보(報) 자와 중국에서 읽는 발음이 같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를 합쳐 읽으면 ‘신년보희(新年報喜)’가 됩니다. 즉, 새해를 맞아 기쁜 소식이 전해온다는 뜻이 되는 것이죠. 그런데 표범이 우리나라에 전해지면서 우리에게 친숙한 호랑이로 변했다는 겁니다. 그 때문에 그림을 읽을 수가 없게 되었다는 얘기지요.



어쨌거나 까치 호랑이는 민화를 대표하는 그림으로 오랫동안 백성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예전에는 민화가 실용적인 그림이라는 이유로 그것이 지닌 아름다움에 대해 별로 눈여겨보지 않았지요. 그러나 요즘 들어서는 민화가 하나의 작품으로서 훌륭한 예술적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민화를 그린 사람들은 대부분 떠돌이 화가였습니다. 그들이 장터 같은 곳에서 백성들이 필요로 하는 그림을 그려 싼값에 팔았던 것이지요. 민화는 솜씨좋은 전문화가의 작품이 아닌 탓에 그림이 어눌하고 표현이 어색한 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곧 민화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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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솜씨가 매우 어설프고 못 그렸다구요? 천만에요. 우리 민화의 매력에 한번 빠지면 호환마마보다, 아니 마약보다 무섭답니다.


(* 설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네요. 이제 빼도박도 못하게 한 살 더 먹게 생겼습니다. 다양한 까치 호랑이 그림 감상하면서 좋은 기운 받으시고, 새해 좋은 꿈들 꾸시길요ᆢ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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