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면서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마찬가지로 그림을 그리면서 그림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마주서곤 합니다. 인생이든 그림이든 답을 쉽게 내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역대 고명한 화가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그림을 그렸을까 엿보고 싶어졌습니다.
헌데 이미 죽고 없는 사람들의 생각을 어떻게 엿보냐구요? 방법이 있습니다. 그들이 남긴 저작을 보는 겁니다. 오래 전부터 벼루던 <석도화론>을 탐독하고 싶은데 선뜻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이거 오부지게 어렵다는 걸 익히 알고 있습니다. 더구나 혼자 읽으면 나태해질 수도 있고, 해석이 편협해질 수도 있어서 탁월한 식견을 가진 분들과 같이 읽어볼까 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 혼자 펼쳐 들었습니다.
첫장, 일획론부터 숨이 턱 막힙니다. 요약하면 태고에는 법식이 없었으며, 일획이 만상의 근원이다! 일획이 만획이라는 얘긴데 내멋대로 아무렇게나 해석해봅니다. 그림의 형상은 일획에서 비롯되니 한획이라도 허투루 긋지 말아라, 혹은 일획을 그을 때는 만획에 가까운 무게감을 실어서 그어라, 마음 속으로 선을 그어본 다음 획을 가하라, 일필휘지의 골법용필ᆢ기타 등등. 뜻을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이해했다 한들 그 뜻을 붓에 실어 그림으로 옮기는 일은 더욱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거 괜히 펼쳐들었다 싶어 마악 후회가 밀려듭니다. 에고, 다시 조용히 책장을 덮고 석도의 작품이나 감상해야겠습니다ᆢ 큭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