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으로부터 선출된 권력인 의회. 국민으로부터 선출되었기에 헌법상 가장 큰 정당성을 부여받으며 폭 넓은 재량권을 바탕으로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인 국회의원이 모여 있는 곳이다.
국회에는 국회의원 외에 그들을 직·간접적으로 도와주는 '국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국회사무처의 입법, 행정직공무원부터 국회의원 보좌진, 국회예산정책처, 국회입법조사처, 국회도서관 등 5,553명(올해 1월 기준)의 인원이 국회에서 근무하고 있다.
나는 입사 8년차 보좌진으로 일하고 있는 국회 공무원이다.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개념이지만, 1명의 국회의원에게는 9명의 보좌진이 근무한다. 4급 2명, 5급 2명, 6급, 7급, 8급, 9급, 인턴까지, 이들은 인턴을 제외하면 모두 별정직 공무원 신분이며 처우, 봉급 등 일반직 공무원에 준한다. 이들은 입법부인 의회가 하는 역할, 법을 만들고 예산을 심의확정하고 국정을 감사하는 실무를 담당한다. 드러나는 것은 국회의원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들의 손 발이 되어주며 국가를 위한 일에 기여하고 있다.
국회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긍심과 사명감. 특히 보좌진은 국회의원의 이름을 달고 일을 위임받아 처리한다. 지역구 주민 또는 본인의 생사여탈권(인사권)을 쥐고 있는 의원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상황에서 갑(甲)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행정부 등 피감기관 직원들이 떠받들어 주며 잘 봐달라고 청탁 또는 읍소를 하는 경우가 매우 잦다. 국회에서 일하는 사람들 모두가 포함되지만 이것은 자칫 중심을 잃고 교만해질 수 있는 원인이 된다. 국회의원 뿐만 아니라 국회 직원들의 각종 갑질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는 게 바로 이러한 이유에 기인한다. 현명한 직원일수록 더 겸손해야 한다. 자신의 힘과 위임받은 힘을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
그런데 보좌진은 유한하고 불안전하다. 본인이 모시는 의원이 낙선하거나 또는 근무 중 면직 처리가 되면 공무원 신분을 잃게 된다. 그러다보니 본인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의원에게 종속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갖고 있다. 이러다보니 인사권자인 의원, 또는 하급자인 경우 문고리권력인 상급자에게만 잘 보이려 애를 쓰게 되고 이러한 과정에서 일반인의 상식을 초월하는 일들이 비일비재 발생한다.
수많은 인적네트워크가 구성되는 국회인만큼 온갖 천태만상, 인간군상도 다양하게 존재한다. 글을 쓰는 목적은 단순하게 비판의 목적이 아닌, 국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백하고 진솔하게 담으면서 내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국회가 되기위한 문제의식과 소명에 대한 고찰을 어딘가에 기록하고 싶었다.
입사 8년차의 내공이 쌓인 지금, 나는 여러가지 경로를 통해 보고 들으며 국회에서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이제 글로 남겨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