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결혼 일기 - 1월 28일 자
어릴 때부터 동물원을 좋아했다.
사람과는 다르게 생긴 그 생명체들이 저마다 다 특색있게 귀엽다고 느꼈었다.
나와 다른 세계의 동물들을 보고 있으면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동물원을 다녀온 날이면 어김없이 꿈을 꾸곤 했다.
결혼이 막 하고 싶을 때도 지났을 때 결혼을 한다면 이 사람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순간이 있었다.
우리가 어쩌다 농장에 고립이 되었을 때였는데, 어느 방에서 그는 글을 쓰며 일을 마무리 하고 있었고, 나는 돌아다니며 개똥을 치우고 밥을 주고 있었다.
그러다 지인 분께서 "염소가 새끼를 낳았어"라며 와보라고 손짓을 하셨다. 그도 안에서 그 소리를 들었는지, 밖으로 나왔다. 우리는 함께 산실로 들어갔고 염소가 새끼를 돌보고 있는 모습을 목도하였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이 신비로웠다. 그때 우리의 마음에도 사랑이라는 새생명이 싹텄나보다. 생명의 탄생과 그 못생긴 염소의 귀여움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고, 열등이 주는 따스함에 우리의 언 몸도 스르르 녹고 있었다.
"우리, 나중에 나이 들면 같이 동물 키우면서 살까?"
이건 프로포즈였을까? 나는 제법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다가가 내가 먼저 입을 맞추려고 했다. 그가 피하면서 말했다.
"나 첫키스야. 여기선 안 돼."
"피했어? 다신 없는 기회를 놓친 건 줄 알아."
"안돼."
돌아서 가려는 나를 붙잡으며 그가 얼른 대충 대강 입을 맞췄다.
"다음엔 더 좋은 데서 하자."
"다음엔 우리가 키우자. 동물들."
"응. 나이 들어서 우리 둘이. '
열등이 이렇게 무드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요?
지푸라기 냄새가 이렇게 달큰할 수가 있을까요?
우리 둘 사이에 결정적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