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결혼 일기 - 2월 3일 자
출장을 가서 외박을 해야 할 때가 제일 힘들다.
잠자리가 바뀌어서가 아니라
집에 두고온 나의 반려견 걱정 때문에
마음이 한시도 편치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그런 나를 극성이라고 하였다.
남편은 고양이를 좋아하고
나는 강아지를 더 좋아한다.
평생 동안 강아지 없이 산 적이 없었다.
이번 강아지는 특히나 유기된 아이였고
그 아이에게 내가 간택이 된 셈이라
운명과도 같다고 할 수 있었다.
조그만데 눈이 크고 하얀 털을 가졌다.
성격이 순하고 눈치를 많이 보는 게
너무 안타깝기만하다.
명랑하면 좋으련만
다시금 버려질까 늘 조심조심하는 것만 같아
마음이 짠하고 늘 안아주고 싶은 아이다.
사람이야 자기가 자기를 건사할 수 있지만
강아지나 고양이는 사람이 돌봐주지 않으면
죽은 목숨이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사람은 걱정하지 않아도
동물들은 걱정이 된다.
그런데 그것으로 인해 미움을 받을 때가 있다.
바로 사람 반려자에게.
반려자분은 나에게 곧잘 볼멘소리를 하며
"나야, 강아지야?"
묻곤 한다.
강아지에게 하는 것의 반만 자기에게 해보라며 섭섭해 하는데,
아니, 왜 스스로 강아지와 비교하며 자신을 낮추시는지,
나는 알다가도 모르겠지만
내가 반려자분을 많이 서운하게 하니 그러하겠지?
깨닫고 인정하면 미안해진다.
내 반려자는 자기 앞가림 잘하고 나도 돌봐주는 능력자이고
내 반려견은 내 손길만 기다리는 작고 여린 존재이기 때문에
나는 반려견만 주로 돌본다.
누가 진짜 반려자야? ^^
이것은 반려자의 질문이지
반려견의 질문은 아니다.
나는 답을 유보...
아니 즉답한다.
바로 당신이라고 말이다.
사랑합니다.
그렇게 볼멘소리를 하는 반려자분께서도
나의 반려견을 사실 엄청 예뻐한다.
나 몰래 간식을 주며 인기를 얻어보려 애쓰는 모습을 몇 번 보았으나
모른 척해주었다.
모양새 빠져할까봐.
그렇게 남몰래 서로 잘 지내면 좋겠다.
어느덧 나의 반려견이 나의 반려자와 눈이 맞는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다.
서로가 진짜 반려자처럼 보여서 내가 질투하는 날이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