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울산경동칼라>
글쎄, 죽을 나이가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아직 죽을 나이는 아닐 텐데 이상하게 자꾸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는 며칠이었다. 사람이 살다 숨이 끊어지는 그날이 죽는 날일 텐데, 생각이 없어지면 끝이라는 것을 알게 되긴 할까? 삶이 무엇일까 답을 모르겠다.
문득, 이렇게 많은 세상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그 각양각색의 인생을 내가 다 들여다볼 수 없지만 나완 전혀 다르지만 또 비슷하게 살아갈 많은 사람들의 인생이란 이야기가 조금 궁금해졌다.
그날 마침 엄마 가게의 명함을 만들어 드릴 일이 생겼다. 그러면서 알게 된 곳이 바로 울산 경동칼라라는 곳이었다. 아무것도 몰라 이것저것 귀찮게 물어보아도 싫은 기색 없이 척척 해결해 주시는 모습에 제가 감동을 좀 받아버렸답니다.
결과물은 말할 것도 없이 맘에 들었고요.
문득 이분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실례를 무릅쓰고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셨느냐 여쭈었는데, 내 물음에 그분께서 사람 좋게 흔쾌히 말씀해 주셨고, 이 인연을 글로 올려도 되느냐는 제 요청에도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경동칼라 님께서 들려주신 그분의 이야기를 고대로 올려보겠다.
저희 엄마 아빠는 예전에 과일 가게를 하시다가 우연히 명함부터 시작해서 광고사를 하시게 되셨어요.
그래서 저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부모님의 일을 보고 자라다 보니까 초등학교 때부터 컴퓨터 자격증을 준비하게 되었지요. 그리고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같은 과로 진학을 하면서 자격증 준비를 하고, 졸업 후 지금 부모님의 일을 돕게 되었고요. 현장이랑 사무실 왔다 갔다 하면서 이거 저거 배웠습니다. ^^ 지금은 울산 내에 단층 작업은 저희가 직접 시공도 하고 있고요.
아버지께서 4년 전에 별세하시면서 이제는 엄마와 저, 이렇게 둘이 함께 쭉 같이 해오고 있습니다. 여자들이 하는 광고사라고 초반에는 무시도 많이 당하고, 현장 나가서도 이런저런 소리 많이 들었지만 맡겨주신 일들은 모두 잘 마무리해드리니까 이제 신뢰를 많이 쌓여서 한 번 맡겨주신 분들은 다들 믿고 다시 맡겨주십니다. ^^ 여자라 더 꼼꼼하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으세요.
상장이 실력을 증명해 준다.
어쩌면 평범할지도 모를 엄마와 딸이 만들어가는 광고사 이야기가 마치 한 편의 드라마 소재처럼 느껴지며, 나는 위인전을 기록하는 서기라도 된 것 같이 들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여자 두 분이서 꾸려나가셨을 광고사 일들을 상상하니까 잘 모르는 일들이지만 얼마나 지난한 삶이었을까 가늠해 보고, 때때로 얼마나 큰 위기와 시련이 휘몰아쳤을까 가슴 졸여지고, 그때마다 두 분이 힘을 합쳐 헤쳐나갔을 일들을 생각하면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일 것만 같다.
어머니를 도와 자신의 젊음, 아니 온 인생을 걸고 삶을 살아오신 믿음직한 경동칼라 님의 이야기가 계속 궁금하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딸과 엄마의 이야기를 모으고 싶어 졌고, 아무도 떠올려주지 않고 거론해 주지 않는 그분을 주인공으로 삼아 그 멋진 삶을 써주는 사람이 되어주고 싶어졌다. 그것이 곧 고단했지만 열심히 살아낸 우리 엄마를 응원하는 길일 것 같다. 게다가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평범하지만 열정적으로 자신의 자리에서 엄마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분들의 빛나는 이야기를 짧게나마 기록하는 기록자가 된다면 지지부진했던 내 삶이 더불어 빛이 날 것 같고, 평범했던 내 삶의 끝이 그렇게 시시하지는 않을 것만 같아졌다.
우리 엄마는 재섭이네 수산이라는 가게를 운영하신 지 40여 년 되어가고, 올해 칠순이라는 나이를 맞이하셨다. 그 사이 나는 조금은 미안하게도 나의 길을 가고 있다. 그렇기에 더더욱 엄마와 자신의 모든 삶을 함께 한 멋진 분 경동칼라님을 주인공으로 짧지만, 형편없는 글솜씨지만 그 삶을 잘 담아낸 그분만의 자서전을 만들어드리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 삶이 계속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