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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ete May 20. 2024

예술과 경영: 독일 인텐단트 제도가 주는 시사점

군산시립예술단 해체 위기, 문화 자산의 소멸을 막아야

군산시립예술단이 존폐 위기에 처해 있다. 예술단의 해체는 단순히 한 단체의 소멸이 아닌 그 지역의 문화적 자산과 예술적 표현의 장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한국의 많은 국공립 예술단체와 예술계가 직면한 순수 예술 정체성의 위기이기도 하다.


한국 예술단의 해산 위기는 많은 경우 경제 논리와 정치적 결정에 의해 좌우된다. 정치인들은 종종 대중 예술과 순수 예술을 경제적 수익성으로 비교하며 예술단의 정당성을 위협한다. 그러나 예술단은 단순히 경제적 가치로 평가될 수 없는 문화적 공공재다. 이러한 관점에서, 독일 극장/오케스트라의 경영파트 인텐단트(Intendant)라는 직위는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전통적으로 독일 극장의 인텐단트는 총예술감독이자 총경영감독을 겸하였다. 인텐단트가 새로 임명되면 합창단, 오케스트라, 행정 및 기술 직원은 유지되지만, 솔리스트, 앙상블 및 각 장르 예술감독은 그의 재량으로 교체될 수 있다. 이런 막강한 권한을 가진 인텐단트에 의해 도시의 공연예술 수준이 좌우되는 만큼 위원회는 신중하게 선발한다. 인텐단트는 매 시즌마다, 아니 매 작품마다 능력을 평가받는 자리에 있다. 극장의 인텐단트가 예술적 기획 능력을 선보이지 못했을 경우에는 단원들과 시민들에게서 해임안이 거론되는 경우도 흔치 않다. 또한 5년 임기인 인텐단트가 연임되지 않거나 해임되는 경우는 있어도 예술단이 해체되는 일은 결코 없다.


현대 독일 극장과 오케스트라는 위와 같은 단독 인텐단트 구조에서 예술과 경영을 분리하는 추세이다. 그래서 예술은 총예술감독이, 경영은 총경영감독이 책임진다. 이 글에서는 경영을 책임지는 경영 인텐단트(Intendant)를 언급하고 싶다. 한국의 많은 예술단이 지자체 소속으로 시의 문화예술분과에 속해 관리 감독을 받고 있다. 예술파트는 지휘자가 책임지지만 예술경영은 공무원에 의해 운영된다.


독일 극장/오케스트라의 경영 인텐단트는 경영과 예술을 아우르는 전문가이다. 예술단의 예술적 성과와 재정적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며 예술단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한다. 이들은 행정관리, 예술적 방향 설정, 문화기관의 활동 보고, 자금 조달 및 마케팅 전략 수립 등 광범위한 책임을 진다. 위원회는 예술감독과 마찬가지로 5년마다 이에 맞는 인재를 신중하게 선발하며, 하위 영역의 예술사무국 및 문화예술분과 직원들 또한 공무원이 아닌 예술가 배경을 가진 예술경영, 경영, 음악학, 미디어 언론 등을 전공한 이들이 맡는다.


한국에도 경영 인텐단트와 유사한 문예/예술의 전당 대표이사나 예술단의 사무국장이 있다. 자격 요건은 보통 관련 분야에서 수년 이상 근무한 공무원 및 민간인, 예술기관에서 해당 분야에 상응하는 직책에서 일정 기간 근무한 자, 민간기업의 마케팅 및 경영 기획 이력을 가진 자 등이 해당된다. 이는 예술적 비전과 경영 능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예술단 운영에 있어 한계를 드러낸다.


독일에는 전국운송노조에 속한 예술단 노조가 아닌 성악, 무용, 오케스트라, 연극 등 각 예술 분야별로 전문적인 노동조합이 존재한다. 독일 예술단들은 노동조합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단체협약을 보강한다. 이러한 구조는 예술단의 권익 보호, 근로 조건 개선뿐 아니라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국 문화예술환경과 조직 구조 안에서는 누구도 이와 같은 위기에 최전선에서 대변해 줄 수 없다. 군산시립예술단은 노조뿐만 아니라 타지역의 동료 예술가와 연대하고, 시민들의 힘을 모아야 한다. 예술단 운영 방식이 수년째 논란이 되고 있는 만큼, 적절한 대안도 제시해야 한다. 더불어 예술단을 단순한 행정 조직으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예술적 성과와 경영적 효율성을 모두 달성할 수 있는 이해관계자 및 운영진도 필요할 것이다.


40년 역사를 가진 군산시립예술단은 의심할 여지없이 지역의 자랑이자 자부심이다. 예술단이 공공재로서의 가치를 지속해서 발휘할 수 있도록 이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하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제 글의 인용이 필요하면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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