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국공립 오케스트라의 운영 시스템
연주 여행 중에 콘트라베이스 단원과 길게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는 20년 정도 근무해서 여러명의 인텐단트 및 지휘자를 경험했다. 그래서 지금 인텐단트의 운영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봤다.
독일 오케스트라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적 재건이 우선이었지만, 몇 년 후에는 시민들의 문화 향유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오케스트라의 수가 전국적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1970~80년대에는 전성기를 이루었지만, 90년대 이후로는 조금씩 침체되기 시작했다. 독일 오케스트라의 관객 점유율은 여전히 높지만, 대부분 고령화되어 대안으로 오케스트라 교육이 모든 오케스트라의 기본 서비스 중 하나가 되었다고 했다. (참고로, 독일 오케스트라의 교육 프로그램은 한국의 오케스트라 학교 방문이나 찾아가는 음악회와는 결이 다르다.) 스마트폰과 미디어는 클래식 음악회에 오지 않는 요인 중 하나가 되었고, 코로나를 겪으며 또 다른 국면이 펼쳐졌다. 그래서 라인란트 필하모니의 다양한 프로젝트는 매력적인 전략이며, 인텐단트 펠만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매주 4회 리허설, 1회 최종 리허설, 같은 프로그램 다른 장소에서 3~4회 연주, 게다가 이런 일정이 매주 이어지는 데 감당이 되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 인텐단트가 오기 전에는 연주가 더 많았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단체협약 룰 안에서 연주 일정을 소화해도 연주자들, 특히 현악기 연주자들이 자주 아팠다고 한다. 그가 모델 프로젝트와 같은 앙상블을 전체 시즌 프로그램에서 15~20퍼센트로 늘려 아픈 사람들도 줄고 객원 연주 비용도 절약된다고 했다. 연주자는 각 할당된 프로젝트에만 참여하니 개인 연습 시간이 늘어나 연주력도 향상되고 현악기 연주자들이 특히 좋아한다고 한다.
예전에는 3번 리허설하고 연주하거나 7~8회 리허설 후 연주하는 스케줄도 있었지만, 각각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전자는 집중력을 더 요하고, 후자는 여유롭게 연주를 준비할 수 있다는 것. 20년 넘게 근무하면서 만난 많은 지휘자들은 늘 더 많은 리허설을 원한다고 했다. 하지만 지휘자가 원한다고 해서 무조건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5회 리허설 후 연주하는 스케줄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일반적인 콘서트 오케스트라의 스케줄인데다 익숙해져서 단원들이 크게 힘들어하지 않는다고 한다.
여기 단원들도 레슨 많이 하는지 물어봤다.
현악기 연주자나 솔로 목금관파트는 연습시간 확보를 위해 레슨을 많이 하지 않는다고 했다. 레슨은 목금관 파트 합주 단원들이 많이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들의 직업 만족도가 가장 높다고 했다.
한국에 국공립 오케스트라가 30여개나 되는데 운영시스템 및 관리 영역은 제자리 걸음이다. 한국의 음악잡지, 현악잡지, 클래식 공연예술 관계자들은 세계적인 오케스트라가 누구와 어떤 곡을 연주하는지, 한국인이 무슨 상을 탔는지, 어떤 연주홀이 얼마나 크고 멋진지. 이런 것 뿐아니라
국공립 오케스트라의 모범적인 운영 사례로 이 오케스트라를 주목하시라.
상생하는 길이다.!
p.s. 라인란트팔츠 주립 오케스트라는 독일 문화상, 음악상, 혁신적인 오케스트라상, 오케스트라 마케팅 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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