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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ete May 24. 2024

반쪽짜리 지휘자와 스타 마케팅

B는 극장 오케스트라 단원이다. 직무가 없는 기간과 이번 필하모니 연주 일정이 맞아 객원 연주를 하게 되었다. B는 B 오케스트라에서 근무하는데, 상임 지휘자가 오페라 지휘로 꽤 유명해 외부 초대 연주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지휘자가 실력은 좋지만 극장을 잘 돌보지 않는다고 느낀다고 했다. 이 극장 오케스트라도 콘서트 오케스트라처럼 여러 프로젝트를 기획 중인데 본인은 회의적이라고 했다. 극장이 작은 도시에 있어도 오페라 실력이 좋은 만큼 더 좋은 앙상블을 위해 오페라 반주를 신경 쓰는 게 우선인 것 같다고 말했다.

독일은 극장 오케스트라든 콘서트 오케스트라든, 한국의 시향처럼 상임 지휘자가 모든 연주를 하지 않는다. 상임 지휘자는 정기 연주 시리즈와 같은 굵직한 공연을 중심으로 맡는 게 일반적이다. 그 외의 공연은 부지휘자가 있으면 그를 중심으로, 게스트 지휘자나 보조 지휘자(펠로우십)가 맡는다. 그래서 최근에는 월급이 아닌 맡은 공연에 대한 출연료로 계약되는 경우가 많다.


한 개의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로 계약되어 있으면서 외부 연주를 하는 것은 오케스트라를 알리는 홍보 수단이 될 수 있어 일반적으로 허용된다. 문제는 개중에 유럽이나 다른 대륙의 오케스트라 2~3개씩 상임 지휘자로 계약을 맺는다는 데 있다. 이들은 많은 일정을 소화하느라 극장에 음악적으로 헌신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수석 지휘자가 맡아야 할 공연을 부지휘자가 맡기도 한다. 오케스트라는 물론 합창단과 단원들이 매우 불만족스러워 하여 극장 경영진에게 지휘자 계약 해지를 촉구한 사례도 있다.


클라우스 메켈레가 한 인터뷰에서 “I love my three orchestras!”라고 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요즘 지휘자들은 매년 수십만 마일의 마일리지를 쌓지 못하면 실패한 지휘자라고 생각한단다. 오케스트라 입장에서는 반쪽짜리 지휘자에 만족할 이유가 없는데도 말이다.


p.s. 메켈레 관련 기사 링크는 댓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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