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예술이 공공 극장에서 가지는 교육적, 사회적 의의
영화 기생충의 구상에 영향을 준 파팽 자매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장 주네의 희곡 하녀들을 관람했다. 이 작품은 울름 시립극장의 2024/2025 시즌 두 번째 연극 프리미어로, 150석 규모의 소극장에서 16세 이상 관람가로, 9월 중순부터 11월 말까지 총 13회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울름 시립극장의 연극 파트는 15명의 연극배우와 연출감독, 조감독, 무대 감독을 포함해 총 13명의 제작진이 함께 작업하며, 중소규모 극장이지만 예술적 수준과 자율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 연극은 마르콜프 나우요크가 연출을 맡아 장 주네의 원작 의도를 반영해 남성 배우들이 여성 캐릭터를 연기했다. 스크린 프로젝션을 사용한 그림자 연극과 무대에서 실제 연극 그리고 사건을 퍼즐 조각처럼 맞추는 내레이션으로 전개되어 다큐멘터리 '그것이 알고 싶다'를 연상하게 했다. 그 과정에서 성적 경계를 흐릿하게 만드는 대사와 권력 구조, 절제된 배경 음악이 관객들은 긴장감과 불편함 속에 몰입하게 했다. 공연장은 6 각형 기둥 형태로, 4면은 관객석, 2면은 스크린과 무대로 연결되어 무대의 시각적 입체감을 극대화했다.
불편한 주제를 담고 있는 작품은 관객에게 심리적, 감정적 도전을 던진다. 특히 나 같은 초보 관람자나 보수적인 관객에게는 더욱 도발적일 수 있지만, 이 불편함이야말로 예술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이다. 장 주네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악과 인간의 어두운 측면을 직면하게 만들고, 그 악이 과연 예술적 또는 철학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를 질문하게 한다. 불편함을 느끼는 과정에서 관객은 도덕적, 철학적 경계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고, 기존의 고정관념을 흔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예술적 경험은 사회적으로도 큰 역할을 한다. 독일의 경우, 김나지움 고학년 학생들이 이 연극을 관람하며 프랑스어, 철학, 사회 수업과 연계한 토론을 진행할 수도 있다. 학생들은 예술을 통해 도덕적 딜레마와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기회를 얻고, 비판적 사고를 확장시키는 계기가 된다. 예술 교육이 단순한 감상이 아닌 사회적 담론과 연계될 때, 예술은 교육적 도구로서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울름 시립극장의 하녀들은 단순한 작품 상연을 넘어선 교육적, 사회적 의미를 담고 있으며 작품 선정의 무게가 느껴진다.
공공 극장은 이러한 불편한 예술을 실현할 수 있는 중요한 장이다. 울름 시립극장은 대형 주립 극장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고용된 앙상블과 자체 제작 시스템 덕분에 수준 높은 공연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공공 극장은 단순히 수익을 추구하는 상업적 공간이 아니라, 예술적 자율성과 실험을 중시한다. 예를 들어, 이번 하녀들 공연이 좌석 점유율 70%를 기록한다고 가정할 경우, 티켓 가격 10~18유로의 중간값으로 계산 했을 때 13회 공연의 수익은 약 3000만 원으로 추정되지만, 예술가들의 출연료와 제작비 등을 고려하면 이는 적자일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실험적 작품들이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이유는 공공 극장의 레퍼토리 시스템 덕분이다.
레퍼토리 시스템은 연극, 무용, 음악극,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상호 보완적으로 극장 시즌을 구성하며, 상업적인 성공뿐만 아니라 실험적, 예술적, 교육적 목적을 고루 충족시킨다. 공공 극장은 이러한 다양한 목적을 균형 있게 추구하며, 수익성과는 별개로 예술적 가치를 존중하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실험적 예술은 관객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사회적 담론을 촉진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는 독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공공 극장의 중요한 역할이 될 수 있다.
결국, 불편한 예술은 공공 극장에서 그 가치가 더욱 빛난다. 예술이 단순히 즐거움과 오락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의 감정과 생각을 흔들어 사회적, 철학적 질문을 던질 때, 공공 극장은 그 진정한 역할을 다하게 된다.
- 작품 브로슈어에 나온 울름 극장 드라마투르기 크리스티안 카츠슈만의 글 -
장 주네는 예술가 중에서도 "악마적"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독특한 인물이다. 이는 그가 겪은 비참한 삶과 마찬가지로, 그의 작품들도 비참하고 논란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1940년대와 1950년대 두 번의 짧은 창작기 동안에만 글을 썼으며, 이후에는 부르주아 도덕을 뒤흔드는 스캔들 출판물로 명성을 이어갔다.
1910년 파리에서 사생아로 태어난 주네는 출생 직후 국가 보호에 맡겨졌고, 위탁 가정에서 자라 학교를 졸업한 뒤 인쇄공 견습생 생활을 했다. 그러나 곧 이를 포기하고 방랑 생활을 시작했고, 부랑과 절도 혐의로 체포되어 서른 살이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여러 차례 탈옥을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프랑스 군대에 자원해 7년간 복무했으나 결국 탈영과 범죄로 강등되었다. 이후 그는 유럽을 떠돌다 감옥에 수감되었고, 그곳에서 그의 첫 글쓰기가 시작되었다. 장 콕토와 장 폴 사르트르 같은 지식인들이 그의 문학적 재능을 알아보아 그를 돕고, 대통령에게 사면을 청원하면서 주네는 장기 징역형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이후 그의 작품은 잡지에 실리고, 출판되며 무대에 올려졌다.
주네는 자신의 범죄적 과거를 숨기지 않고, 부르주아 사회의 주변부와 사회적 소외자들에게 관심을 돌렸다. 이로 인해 그의 작품은 보수적인 도덕적 기준을 가진 이들로부터 의심을 받았으며, 한때 프랑스뿐만 아니라 미국과 독일에서도 출판과 배포가 금지되었다. 1962년 독일 연방 법원은 주네의 작품을 예술로 인정했으며, 이는 당시 동성애를 처벌하던 나라에서 중요한 판결이었다. 그의 연극은 1970년대까지 경찰 보호 하에서만 공연될 정도로 논란을 일으켰다. 1947년 파리에서 열린 하녀들의 초연은 격렬한 항의 속에서 열렸으며, 1952년 피터 자덱에 의해 영어 초연이 이루어졌다. 그 시절에는 주네의 작품을 다루는 것이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오늘날 주네의 작품이 더 이상 스캔들이 되지 않지만, 억압된 욕망과 성적 정체성, 일탈과 저항 등 그의 주제들은 여전히 강력한 파급력을 지닌다. 하녀들은 근친상간으로 얽힌 파팽 자매의 살인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계급과 권력의 역학을 다루고 있다. 이 연극은 클레어와 솔랑쥬라는 하녀들이 여주인을 흉내 내며, 폭력적 역할 놀이를 통해 억압에서 벗어나려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주네의 작품은 지배와 복종의 관계를 다루며, 도덕적 교훈이나 혁명적 변화를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폭력의 쾌락과 지배와 무력함의 교환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철학자 볼프강 소프스키는 이 연극이 폭력을 "화장품과 가면"으로 바꾸어 일상의 공포에서 분리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주네의 작품은 인간 내면에 잠재된 폭력성과 악에 대한 심리적 연구로, 연극 밖 현실에서는 그 위험이 여전히 상존함을 경고하고 있다.
- 크리스티안 카츠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