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이는 뱃속에 있을 때부터 유난히 약했다. 외할머니의 부고 소식에 눈물로 지새우던 날들, 멈추지 않는 슬픔 속에서 아이는 자라지 못했다. 결국 의사의 권유로 유도분만을 하게 되었고, 양수가 다 빠져나간 채 작게 태어났다. 그러나 작게 태어난 아이는 오히려 큰 힘으로 버텼다. 작게 낳아 크게 키운다는 말처럼, 포동포동 살이 오르고 천사 같은 웃음을 자주 보여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생후 10개월. 아이의 몸이 갑자기 생선처럼 팔딱거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장난스러운 발차기라 여겼지만, 그날따라 마음이 이상했다. 동영상을 찍어 간호사인 언니에게 보내고, 결국 대학병원으로 향했다. 검사 결과는 '뇌전증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였다. 확정할 수 없는 불확실한 이름 앞에서, 나는 수없이 무너졌다. 아이의 작은 팔에 주삿바늘을 여러 번 찌르며 겨우 검사를 진행하던 순간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매일같이 울며 카우씨에게 되뇌었다.
"우리 랑이 어떡해..."
그때 카우씨는 단호하게 말했다.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 랑이는 우리 랑이고, 우린 랑이의 엄마아빠일 뿐이야."
그 말이 내 마음 깊은 곳에 스위치처럼 켜졌다. 모든 것이 분명해졌다. 병명이 무엇이든, 우리는 그저 랑이의 곁에 있으면 되는 것이었다. 길었던 검사와 지켜봄의 시간을 지나, 결국 아이는 건강히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제야 숨을 고를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 불안의 시간들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 세 돌을 맞이한 랑이는 하루에도 몇 번씩 "엄마 사랑해"를 말하고, 내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내가 엄마 지켜줄 거야"라고 속삭인다.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어쩌면 이 아이가 전생의 내 엄마였을지도 모른다고. 내가 아이를 키우는 게 아니라, 아이가 나를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다. 사랑을 주는 가장 아름다운 언어를. 우리는 그저 가만히 그 사랑을 받으며, 다시 한번 자라난다.
생일 축하해 랑이야.
엄마에게 와줘서 고마워.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