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하루 종일 말이 끊이지 않는다. 아이들은 한시도 쉬지 않고 말한다.
"엄마, 봐봐!"
"엄마, 있잖아!"
"엄마, 일로 와봐!"
"엄마, 잠깐만!"
"엄마! 엄마엄마엄마!"
거기에 친정엄마와 카우씨까지 합세한다. "엄마 어렸을 때는~"으로 시작하는 끝도 없는 추억 이야기, "저 음식을 만들 때는~"으로 시작하는 엄마표 요리 상식들, "회사에서~"로 시작해서 "거래처에서~"로 끝나는 카우씨의 회사이야기까지 이어진다.
시도 때도 없이 "선생님"소리에 하루 종일 뛰어다닌 뒤, 집에 돌아오면 또 다른 언어 폭풍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퇴근과 동시에 2차 출근을 하는 삶. 워킹맘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고요'가 얼마나 소중한 삶의 가치인지 말이다. 가질 수 없어 더 갖고 싶은 그것.
그럴 때마다 나는 혼란 속에서 나만의 작은 탈출구를 찾아본다.
1. 식물 돌보기
작지만 소중한 내 식물들로 가득한 베란다에 앉아 잎사귀 하나하나를 바라본다. 살아있는 작은 생명들이 내 숨을 고르게 만들고, 잠시나마 소란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내 마음을 위로해 주지만 조용해서 참 마음에 드는 녀석들이다.
2. 잠들어버리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하루의 폭풍을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베갯속으로 몸을 던진다. 일단 잠든 후에는 어떤 부름도, 질책도 들리지 않으니 이보다 분명한 길은 없다.
3. 엄마 금지 시간 갖기
단호하게 선언한다. "엄마 금지!" 잠깐 아이들을 멀리하고, 가족의 요청을 잠시 무시하는 시간. 이 짧은 금지령 속에서 나는 나만의 세계를 되찾고 혼자만의 숨 고르기를 한다. 하지만 거의 5분도 채 못가 실패하고 불량엄마 작전이라 추천하지 않는다.
어떤 작전으로 탈출할지 고민하는 사이, 피그가 그 틈을 파고든다.
"엄마, 지금 혼자 있고 싶어?"
.....엄마, 너무 티 났니....?
그리고 이어지는 바통 터치.
"나중에 피그랑 랑이랑 같이 있고 싶어도 우리랑 같이 안 있어줄걸? 이제 얼마 안 남았어"
조용히 들려오는 카우씨의 한마디가 나의 죄책감을 자극한다. 오늘도 혼자만의 탈출은 쉽지 않겠다.
과연 엄마들은 언제 쉴 수 있을까? 쉬는 중에도 아이들 생각뿐인 나를 되돌아보며 문득 생각한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그 순간부터 온전한 쉼은 사실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하고.
잠시라도 눈을 감고 숨을 고를 때면 마음 한켠에서 작은 소리가 들려온다. '지금 이 시간에도 아이들은 나를 기다릴 텐데..' 그럼에도 나는 안다. 이런 작고 조용한 순간들이 모여 하루를 버티게 하고 내일 다시 아이들과 마주할 힘을 준다는 것을.
아직 어린아이들을 키우며 일하는 워킹맘의 삶은 녹록지 않다.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어려움과 힘듦이 있겠지만, 요즘 나는 마치 폭풍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있는 듯한 느낌을 자주 받는다. 시간은 눈 깜빡할 새에 흘러가지만, 주위를 돌아보면 난장판이 펼쳐져 있다. 그래서일까. 그 사이사이 숨어 있는 행복을 들여다보기가 쉽지 않다. 걸을 때마다 반짝이는 핑크 구두를 신고 내 손을 꼭 잡은 채 깡총깡총 뛰는 랑이를 보며 동네 어르신들께서 말씀하신다.
"지금이 제일 좋을 때야."
그 순간, 나는 문득 웃는다. 아이들과 정신없이 뛰어다니느라, 흘러가는 하루에 정신이 팔려 있지만 이 바쁜 와중에도 이렇게 손을 잡고 함께 걷는 지금, 사소하지만 반짝이는 행복이 내 눈앞에 있다는 걸 깨닫는다.
그래, 조금 느리게, 조금 엉뚱하게, 아이들과 함께 소란스러운 지금을 즐겨야겠다.
일단은
엄마 식물 좀 보고, 자야 하니까
지금은 엄마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