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한밤중에 몇 차례 뇌성이 지나갔다. 순간 번쩍이는 빛과 동시에 하늘에서 '우르르 쾅' 하는 소리가 콘크리트 건물 안까지 전해왔다. 오랜 기다림 끝에 오는 단비라 여겼는데 심상찮은 소리에 걱정이 찾아든다.
전래동화 속 우산장수와 부채 장수 두 아들을 둔 어머니 이야기가 생각난다. 비가 오면 부채 장수 아들이 걱정이고, 해가 뜨면 우산장수 아들을 걱정했다는 이야기다. 자식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말하지만 사람이 모든 것을 만족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비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지만 비가 오지 않아야 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다만 다른 것은 제쳐 두고 이 비로 인한 피해가 없기를 바라며 잠이 들었다.
출근길 동네 어귀 신호등이 멈춰 있었다. 지난밤 비가 많이 오기는 했나 보다. 다행히 차량이 많이 다니지 않는 간선도로라서 서로 양보하며 지나왔다. 거리는 한산했고 가로수들이 더 깊이 눈에 들어왔다. 오랜 가뭄 끝에 내린 비라서 인지 나무 잎사귀가 푸르다 못해 초록이 터질 듯이 뿜어 나온다.
모두가 덥다, 짜증 내며 떠나는 그 시간 동안 나무는 말없이 햇살을 고스란히 머리에 이고 제 할 일을 한다. 그 시기에 한 해의 할 일을 대부분 서둘러 마무리한다. 비 내리던 어젯밤에 나무는 무엇을 했을까.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우듬지까지 수분을 끌어올리고 지금 아침잠이 들지 않았을까. 이 아침의 청명한 숨결에는 지난밤 나무의 곤한 노동이 숨어있는 듯하다.
어젯밤의 소요는 이미 거짓말처럼 변했고 모든 것이 씻겨 내려간 듯한 세상의 얼굴들은 청명해 보일뿐이다. 차창을 내려 크게 숨 호흡을 한다. 어제의 냄새가 아니다. 새것이다. 마냥 상쾌하다. 더위도 빗속에 떠내려갔는지 후텁지근했던 날씨도 주춤 거린다. 거리의 가로수, 주택가의 작은 화단에 있는 작은 꽃들조차 초라했던 모습들은 어디 가고 모두가 당당해 보인다. 단비가 내린 뒷날이면 괜히 마음이 우쭐거려진다. 마치 생명수를 구해준 천사 같은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나뭇잎들이 햇살 아래 살랑거리며 은빛 날갯짓을 한다. 나무를 보면서 기다림을 배운다. 절제된 감동의 춤사위를 본다. 값진 것이란 오랜 기다림 끝에 얻어지는 것, 그러고 나서는 땅속으로 스며들어가는 빗물처럼, 남들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오랫동안 깊이 남아서 나를 지탱해 주는 것. 비 갠 날 아침 출근길에 설레는 나무들의 속삭임을 듣는다. 내게도 그 충만함이 스며든다. 행복이란 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