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만

by 마당넓은 집


온통 풀이 자라고 있었다. 동구 밖 포장된 길의 작은 틈에도, 처마 밑 작은 틈에도 손님처럼 찾아와 불쑥 자라 주인처럼 버티고 있었다. 한 달 가까이 찾지 않는 시골집 풍경이었다. 시간 틈틈이 풀을 뽑고 이름 붙어있는 꽃을 심어서 나름 가꾼 마당 정원이었다. 낯선 모습에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집 안팎을 둘러보았다.


봄에 피었던 금계국은 씨앗을 매달고 마른 풀잎같이 말라 있었다. 기생초만이 비스듬히 누워 밭으로 내려가는 길목까지 가리고 있었다. 몇 안 되는 꽃이라 반가웠다. 접시꽃도 마지막 꽃을 피우고 있었으나 풀숲에 가려서 삐죽이 나온 곳만 볼 수 있었다.


나는 시골집을 찾지 못하고 주말이면 남편이 부산으로 왔다. 자연스레 집 주변은 사람의 손이 미치지 못했다. 풀들이 점차로 범위를 넓혀가며 집 가까이까지 왔다. 그 모습에 놀라움도 컸지만 자연의 복원력은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연이 본디 있었고 사람이 살기 위해 자연을 사람의 손에 맞게 길들이는 것이다.


엉거주춤 꽃밭에 걸 터 앉았다. 생명력 강하기로 소문난 울산 도깨비 풀 무리가 꽃밭을 점령하고 있었다. 한 줌 손에 잡으니 마른 땅 위에 쉽게 뿌리째 딸려 나온다. 서너 줌 뽑아서 언덕 아래도 던져버리고 손에 흙을 털었다. 이렇게 몇 번의 일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긴 전지가위로 키 큰 풀을 몇 번 잘라냈다. 이 더위에 밭에 심어둔 작물들이 모두 타들어 가는데 이것들은 이 모진 환경에서도 이다지도 잘 견디고 있을까, 생명을 키워낸 것들에게 대한 생각을 해보았다. 생명이란 잡초나 작물이나 사람이나 모두 한 번인 것인데. 그래 이왕이면 오늘 해 질 녘에 하자. 나의 가위질에 언제나 잡초란 풀들은 저항할 테지만 오늘은 왠지 후한 인심을 베풀고 싶다. 실상은 더위가 그 가운데 있지만 그래도 인정이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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