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유월이 지나간 자리에
마른 줄기를 품고 덜 여문 참외가
밭에서 뒹군다
마른 대나무 가지
하늘을 향해 꼿혀있는데
손가락만한 오이가
마른 텅쿨에 마지막 명줄을
이어있다.
주먹만한 복수박을 매단
덩쿨은 생명이 코끝에서 건덜거린다.
그렇게 하루하루
유월이 견디고 있었다.
유월이 지나간 자리에
몇 안되는 초록이
늙은 초록의 모양으로
생명을 숨기고
여전히 더위 만 흥청거렸다.
7월 중순
검은 구름이 하늘을 여러날
가렸다.
장대같은 물방울이
사정없이 땅속으로
꼿히듯 쏫아졌다.
마른 초록은
둥둥 물길에 휩싸여
떠내려 가고
숨어있던 생명들이
온 힘을 모아 땅을 부여잡고
젊은 초록으로 다시
푸른 머리를 풀어헤친다.
단단해진 초록의 복수박이
대나무 가지를 타고 오른다
다시 생명의 초록이 고개를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