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숟갈 만 더, 입에 물고 있지 말고 삼키고." 병실에서 아침마다 들려오는 고함소리다. 여럿 있는 병실에서 다른 사람 눈치도 살피지 않고 온전히 남편만 쳐다보며 외치는 여인의 목소리에는 혼이 서렸다.
환자는 넘어져 정강이뼈가 골절되어 입원했다. 가지고 있는 지병도 많다. 몇 해 전 간 이식을 받았다. 면역억제제를 주기적으로 맞아야 되고 신장 기능도 저하되어 있다. 아직 간 기능이 완전히 회복된 상태도 아니다.
다리의 뼈는 여러 조각으로 조각난 복합골절이다. 수술을 여러 번 해도 골절 부위가 회복되지 않고 수술 부위에 염증이 반복적으로 진행되었다. 골절 양상도 그렇고 전신 상태가 좋지 않다 보니 회복은 쉽게 되지 않았다. 여러 가지 약제들과 영양제들이 환자의 사지에 매달렸다. 치료를 위한 약물이 추가되면 그에 따른 부작용도 동반되니 환자의 기력은 점점 더 쇠하여갔다.
환자의 아내는 작은 간이침대에서 보호자는 환자의 수발을 하며 한 달 이상의 삶을 견디고 있다. 70대의 노부부다. 환자를 돌보는 손길은 마치 자식을 돌보는 엄마의 손길 같다.
아침 병실이 조용하다. 가까이 가니 간이침대에서 보호자가 웃으며 혼자서 맛있게 밥을 먹는다. "오늘 왜 전쟁을 치르시지 않고요?" 늘 하던 데로 농을 섞은 인사를 건넨다.
"오늘은 죽 한 그릇 다 먹었어요." 얼굴에 화색이 만연하다.
부부란 어떤 인연인가 생각해 본다. 죽 한그릇을 다 비웠다고 저리 행복해서 맛있게 밥을 먹는 할머니의 모습은 행복이었다. 낯선 타인이 만나 평생을 함께 살아간다. 정으로 살아간다고들 흔히 말한다. 긴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고, 또 효자보다는 악처가 낫다는 말이 있듯이 부부의 정을 강조한다.
병원에서 일하면서 많은 것을 보면서 배운다. 아침마다 거친 입담을 섞으며 억지로라도 한 숟갈이라도 더 먹이려는 마음과 약을 삼키지 않으려는 환자와의 실랑이가 쉽지는 않다. 얼굴에 핏발을 세워가며 인연을 이어가는 칠순의 부부를 보면서 온몸을 함께 하는 인생의 동행을 지켜본다.
부디 이 부부가 오래오래 동행할 수 있도록 환자의 다리가 빨리 회복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