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루의 참나무를 보았다.
몇 안 남은 낡은 저고리 같은 마른 갈잎
있어도 그만인 같은 그 잎을 생각했다
왜 저러고 있을까
세상의 초록을 모두 삼킨 것만 같던 잎사귀들
바람이 지나갈 때 들려오던 수런수런 이야기
지나가던 구름이 쉬어가고
햇살이 찾아들던 여름날의 그 순간을 생각한다
그 사이 어느 틈에 꽃이 피었고 열매 맺었다
그 작은 것을 키워내며
기쁨의 말, 사랑의 말을 배워갔다
초록의 잎들은 든든한 가지에 기대어 조금씩
열매를 익혀내며 색이 바랬다
도토리는 땅에 떨구고
잎사귀를 거두고
추운 겨울날을 가슴 내밀듯 온몸으로
아낌없는 햇빛을 받아
새로운 봄을 기다린다.
벗고 서 있어도 웃고 있는 것을
마른 갈잎 몇 안 매달고 당당한 이유를
참나무는 알고 있다
곧 봄이 온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