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표

말, 말 ,말

by 마당넓은 집


화가 났을때 사람은 그 밑천이 보인다. 안으로 삼키는듯 품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 순간을 거칠것없이 입 밖으로 토해낸다. 그러한 말은 다시 거둬 들일 수도 없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말을 솟아냈는지 헤아릴 수 없다. 그 순간 잠시, 시원한 감정의 대가는 혹독했다. 사소한 일들은 사람들이 잊겠지, 세월이 약이랬는데 하면서 자기 합리화를 위한 변명거리를 찾아 스스로 잊어갔지만 대부분 일들은 그 대가를 치뤄야 했다.


그 대가는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더 많았다. 당장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은 것들이 많았다. 어느 누군가의 기억 속에 빗금으로 지워졌고 경계할 사람으로 등록되었다. 다만 그때는 내 뒤에 몸을 숨기고 나의 입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내뱉고 있는 동료들이 가까이서 잘했다 손뼉치고 칭찬하는 소리가 가장 크게 들릴 뿐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화내고 성내던 일들은 대부분의 일들은 별것 아닌 사소한 일이었다. 개중 모두 잘못한 일이 아니고 잘한 일도 있었다. 그러나 영리한 행동은 아니었다. 청춘의 호르몬 탓이라 핑게 할 수도 없고 성장의 고통이라고 말하는 편이 더 가깝다. 그때는 그러한 일들이 내게는 활화산이었다. 참을 수없는 한계라고 스스로 생각했었다. 살아가는 과정에는 자연히 끓어 넘쳐야 되는 부분도 있었다는 것은, 그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이제 세월이 흘러서 읽게 되었다. 다시 그 시절이 오더라도 그불길을 잠재울 수 있을까 생각하도 자신은 없다. 그때는 나름 최선의 행동이라 생각했기에 또 그러할 것만 같다.



물을 적당히 붓고 고구마를 렌지 위에서 올렸다. 바글바글 한소끔 끓어 올랐다. 고구마를 넣고도 냄비가 여유가 있어서 그러다 멈출 줄 알았는데 뚜껑을 들썩이며 국물이 밖으로 흘러내렸다. 그때는 찬물을 조금 넣어 거품을 가라앉히거나, 잠시 뚜껑을 열어 열기를 식혀야 되었다. 무작정 참으면 되는 게 아니었다.


끓어오르는 직원들을 지켜본다. 지난날의 내 모습만 같아서 빙긋 웃음이 나온다. 뚜껑을 몇번 들썩이다 조용해지기도 하고, 뚜껑을 열어 달라고 끝까지 아우성치는 경우도 있다. 살짝 뚜껑을 열어 열기를 한소끔 식혀준다. 뚜껑을 열때의 기술이 있다는 것도 배운다. 앞으로 들지 않고 뒤쪽으로 들면 그 뜨거운 열기에 화상을 입는다. 언제나 뚜껑은 내쪽을 향해 든다. 정면에서 응시하면서 그 잠시 지켜보는 여유를 갖는다. 그러다 보면 고구마도 익고 뚜껑도 숨을 죽인다.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고, 모든 과정의 길이 힘들기만 하지도 않다. 쉬운 길은 걸음을 재촉하여 앞으로 나아가고 힘든 길은 쉬어가기도 한다. 다만 먼저 지나간 사람들이 진자리 마른자리를 알려주기 위한 이정표도 만들고, 리본 표시도 남긴다. 힘든 길을 조금이라도 줄여주려는 배려이다. 화살표를 오른쪽으로 하면 좋을까, 왼쪽으로 하면 좋을까 아직 확실한 정답도 모른채 궁리만 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경고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