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열리고 하나둘씩 들어섭니다. 아 시간이 벌써 그리되었군요. 인계 시간은 오후 2시 30분인데
부지런한 간호사들이 채 2시가 되기 전부터 들어옵니다. 조기 출근 금지라고 매번 전달시켜도
미리 와서 물품을 점검하고 일할 준비를 합니다.
팀별 책임자들은 경력이 있으니 조금 느긋이 출근하고 갓 졸업한 경력 어린 간호사들은 종종걸음입니다. 다들 예쁘고 사랑스럽습니다. 나이를 먹는 즐거움은 이런 작은 일들이 소중하게 보인다는 것입니다. 작은 것들에 기쁨을 느끼고 한 달 두 달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눈에 보입니다
수술할 환자의 물품 준비를 놓쳐 다음 근무 번이 대신했다고, 환자 약을 마무리 덜 하고 가서 다른 사람에게 일거리가 늘어났다고 일러줍니다. 그런 일들도 모두 이해가 됩니다. 나는 그렇게 성장했고 그러한 과정들을 거쳐 전문가로 성장하는 것을 보았거든요. 그런데 이해가 된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때는 모두 그런 일들이 속 터지고 화나는 일이거든요. 참을 수가 없을 때도 있었답니다. 그런데 관리자라고 '느긋이 그럴 수 있어 '하면 갑자기 힘이 빠지지 않을 가요.
함께 그렇지 하며 함께 맞장구도 치며 ' 걔는 왜 그러니, 내가 한번 이야기해 볼게. 샘이 고생이 많다.' 어깨를 토닥입니다. 일 잘하고 부지런한 사람들은 일이 잘 보이고 많이 하게 됩니다. 그래도 왠지 손해 보고 억울해지는 마음도 생기는 게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간호업무는 연차로 분리합니다. 졸업 연차로도 따지고 입사 연차로도 따지는 데 간호사가 많은 간호 간병 병동에서는 신규 간호사가 많이 배정됩니다. 무엇보다도 계획적인 교육으로 성장시키는 것을 제일 고민하게 됩니다. 신규는 기본 업무를 먼저 익혀야 됩니다. 그다음 3년 차까지는 좀 더 섬세한 업무 상황 별 대처 교육이 계속 필요합니다.
병원이란 곳이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곳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사람 사는 곳이라 다양한 이벤트들이 발생합니다.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일들과 세상에 없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여러 직종들이 모여있고 더러는 가장 잘난 사람들이 있는 집단이기도 합니다.
그 가운데 환자가 있습니다. 환자 가까이 간호사들이 있으니 환자를 대변하는 모든 일들은 간호사의 몫이 됩니다. 환자들은 당연히 여기는 일인데 간호사들은 당황한 일들도 많습니다.
예전에 상사로 모시고 있던 분이 이런 말을 자주 했지요.' 지혜롭게 처리하라고요.' 어떤 일이 발생하여 사건이 해결될 때 나타나서 '좀 더 지혜롭게 처리하지.' 그럴 때면 모든 힘이 빠져나갔습니다. 그 후론 지혜라는 말을 아껴 씁니다. 그런데 지혜라는 말이 참 쓰기 쉬운 말이더군요. 특히 윗사람이 쓰기에는요.
모두 모여서 인수인계를 합니다. 오늘은 수술 환자가 둘 있었고 퇴원 환자, 타 병동에서 전동 온 환자들로 오전 내 정신이 없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밥을 못 먹는 간호사들도 있습니다. 일을 밀어 두고 밥이 안 먹힌다고 하는데 일들이 끝이 안 납니다. 그러니 밥은 건너뜁니다. 아마 아침밥도 제대로 먹고 오지 않았을 겁니다.
시간대별로 할 일들, 주사, 검사, 투약, 검사 결과도 확인하고 환자를 순회하여 간간이 환자 상태도 살펴야 되고 기록으로 남길 일들은 어찌 그리 많습니까. 남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서 놀고 있는 줄 아는데 모든 시스템들이 진화할수록 자동화를 따라가는 틈새의 또 다른 일들이 생겨납니다.
오늘도 열심히 일하는 후배인 동료들을 봅니다. 밥도 건너뛰고 일을 하지만 미소를 잃지 않고 동동거리며 다니는 모습이 밉지 않습니다. 무언가 도와주고 싶은데 그냥 잔소리 하나 덜하고 잘한다 잘한다
말만 합니다. 다들 알아들을 나이가 되었고 충분히 사랑받도 존중받을 자격을 갖췄으니까요.
환자들의 콜 벨 소리가 여전히 울리고' 네' 달려가는 간호사, 영상 검사실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환자 상태를 의논하는 간호사, 현장은 항상 생방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