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파티 하우스 앞마당에서 즐긴 우리만의 피크닉
영국에 머무는 동안 수많은 내셔널 트러스트를 다녔습니다. 웅장한 스투어헤드, 예술적인 시싱허스트, 압도적인 보드난트... 하지만 누군가 "그래서 가장 많이 간 곳이 어디야?"라고 묻는다며, 저는 주저 없이 이곳 '폴스덴 레이시(Polesden Lacey)'를 꼽을 것입니다.
이곳은 저에게 관광지가 아니라 '일상'이었습니다. 주말에 날씨가 좋으면 "어디 갈까?" 고민할 필요도 없이 차에 돗자리와 샌드위치를 싣고 이곳으로 향했습니다.(그래서 사진들이 비오는날도, 맑은 날도 섞여 있습니다.)
마치 우리 집 앞마당처럼 익숙하고 편안한 곳. 가장 화려한 귀족의 저택이, 이방인 가족에게 가장 안락한 쉼터가 되어주었던 아이러니한 공간입니다.
폴스덴 레이시의 가장 큰 매력은 건물 뒤편으로 펼쳐지는 '남쪽 잔디밭(South Lawn)'입니다. 단순한 평지가 아니라,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아래로 흘러내리는 이 잔디밭 끝에는 그림 같은 '서리 힐스(Surrey Hills)'의 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우리는 항상 그 경사면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앉아만 있어도, 눈앞에 펼쳐진 영국의 구릉 지대와 하늘이 가슴을 시원하게 씻어주었습니다. 맑은날의 아이들은 끝도 없이 넓은 잔디밭을 데굴데굴 구르기도 하고, 전력 질주를 하기도 했습니다. 가로막는 울타리도, 조심해야 할 꽃밭도 없는 탁 트인 자유. 이곳이 왜 우리의 '최애' 장소가 되었는지, 그 잔디밭에 누워 하늘을 보면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이곳은 원래 20세기 초 사교계의 여왕 '마가렛 그레빌(Margaret Greville)'의 별장이었습니다. 그녀는 이곳에 왕족과 귀족들을 초대해 매주 호화로운 파티를 열었다고 합니다.
저택 옆에는 그녀의 취향이 듬뿍 담긴 '장미 정원(Rose Garden)'이 있습니다. 높은 담장 안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공간. 6월이면 수천 송이의 장미가 뿜어내는 향기가 진동하고, 덩굴장미가 감싼 퍼골라(Pergola) 터널은 걷는 것만으로도 황홀해집니다.
화려했던 파티의 주인공들은 떠났지만, 그들이 남겨놓은 아름다운 정원은 이제 평범한 우리 가족의 차지가 되었습니다. 왕이 걷던 장미 터널을 샌들 신고 걷는 기분, 꽤 짜릿하지 않나요?
이 장미 터널의 붉은 벽 넘어는 어떤 경치가 있을까요? 벽을 따라 걷는 길 옆으로는 알록달록 형형색의 꽃들이 심어져 있습니다. 이 길을 걷는 것만으로 힐링 그 자체였습니다.
왜 이곳을 그토록 자주 찾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거창한 볼거리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이곳에 흐르는 '편안한 공기' 때문이었습니다.
따뜻한 햇살, 적당한 바람, 그리고 가족들의 웃음소리. 폴스덴 레이시는 저에게 "영국을 더 봐야 해!"라는 여행의 강박을 내려놓게 만들었습니다.
그저 잔디밭에 누워 흘러가는 구름을 보는 것, 잘 정돈된 정원길을 걷고, 키친 가든을 둘러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것을 가르쳐준 곳.
치열했던 병원 생활을 잊고, 비로소 '삶의 여유'를 되찾은 곳. 가장 많이 출근 도장을 찍은 이곳에서,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휴식'을 완성했습니다.
덱체어(Deck Chair): 잔디밭 곳곳에 내셔널 트러스트에서 비치해 둔 덱체어가 있습니다. 운 좋게 빈자리를 발견하면 꼭 앉으세요. 서리 힐스를 바라보며 낮잠 자기에 최고입니다.
장미 터널: 장미터널은 6월이 가장 멋진 시기입니다. 여러번 간 중에 영국날씨와 장미 터널이 가장 어울리는 시기이지요.
커피 한 잔: 입구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와 스콘을 사서 들고 들어가세요. 잔디밭에서 마시는 커피 맛은 런던 유명 카페보다 훌륭합니다.
산책로: 잔디밭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숲길 산책로가 이어집니다. '란모어 커먼(Ranmore Common)'까지 이어지는 길은 가벼운 트래킹 코스로 아주 좋습니다.
"여왕이 사랑한 화려한 정원과 에드워드 시대의 우아한 산책로를 뒤로하고, 다음 주는 인공의 장식을 걷어낸 '치유의 숲'으로 깊숙이 들어갑니다.
화려한 조각상 대신 수천 그루의 나무가 내뿜는 초록빛 숨결이 있고, 정교한 꽃밭 대신 계절이 그려낸 찬란한 단풍의 바다가 펼쳐지는 곳.
잉글랜드 남부의 숨겨진 보석 같은 안식처. 제 인생의 정원 숲길이라 부르고 싶은 '윙크워스 수목원(Winkworth Arboretum)'의 고요한 숲길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