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들과

엉키고 설킨 이 바보 같은 미련들

by 김여호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이 방 안의 습기처럼

눅눅하게 차오르는 날이 있다.


어떤 단어로도 설명되지 않고,

문장과 문장 사이를 표류하는 그런 날들.


아마도 마음 깊숙한 곳, 환기가 되지 않는 구석에 밀어 넣었던 축축한 기억들이 곰팡이처럼 피어올라 텁텁한 미련이 되었다는 신호일 것이다.


가만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면 그저 먼지처럼 스쳐 지나갔을 것들인데.

나는 그것들이 나를 잡아먹으러 온 거대한 그림자인 줄 알고, 기를 쓰며 도망치느라 무릎이 다 까졌다.

뒤를 돌아보니 내가 도망쳐 온 길엔 아무도 없었다.


이제는 끊임없이 풀려나가는 실타래의 끝을 붙잡지 않기로 한다.

엉키고 설킨 이 바보 같은 미련들도 언젠가는 힘을 잃고 저 멀리 흩어지겠지.


아이의 손목을 떠난 풍선처럼.

내가 닿을 수 없는 성층권 너머 어딘가로 희미하게 사라지겠지.


그렇게 한 시절이, 겨우 지나가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영수증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