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우직녀의 칠월칠석은 종합소득세 신고의 날?
개인사업자인 그와 프리랜서인 나는 각자 오월에 종합소득세 신고를 한다.
그는 평소에도 복식회계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실력자(?)이므로 대체로 나는 그의 판단에 의존한다. 이혼 후 재산분할 등기도 그는 법무사에 맡기지 않고 직접 했다.
전처에게 재산분할 해주는 것도 내키지 않았을 텐데 등기까지 해준 그에게 미안하고 고마워서 그가 보내준 등기권리증을 받은 날 법무사 수수료보다 많은 돈을 사례비로 보냈다.
카카오페이로 보낸 ‘고마워요’ 봉투를 그는 뭔지도 모르고 눌렀다가 엉겁결에 받았다며 머쓱해했다.
내가 기어이 이혼하고 재산분할을 하자고 우겨서 멀쩡하게 취등록세 다 내고 살았던 아파트 취등록세를 그가 또 내게 만든 게 미안했다. 재산분할하면서 의견이 엇갈린 부분에 대해 나는 반씩 양보해서 절충하자고 했는데 그는 처음에는 끝까지 우길 기세이더니 한번 ‘에이 씨’ 내뱉고 나서, 쿨하게 ‘그러자’하고 말았다.
미안하면서도 나만 양보하는 건 안되고 서로 반반씩 양보해야 한다고 우겼던 게, 내 그릇이 그거밖에 안 되는 걸 어쩌겠나.
오월에 나는 서울행 비행기를 타고 그를 만나러 갔다. 되도록 공공장소에서 예의 바르게 해결하려고 그에게 스타벅스에서 내 노트북으로 홈택스 신고를 하는 걸 봐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그는 노트북 화면이 작아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며 짜증을 냈다. 이따가 천천히 하자고 좋은 말로 구슬리면서 스타벅스에서는 커피만 마시고 나왔다.
그의 아파트에서 대형 듀얼 모니터로 보자 과연 화면이 엄청 잘 보였지만 나는 오히려 헷갈려서 정신이 없었다. 그가 빠른 속도로 내 주민번호와 인적사항을 입력하고 뭔가를 하는데 자꾸 에러가 나는 모양이었다.
화면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질 않는데 ‘자기 거는 나랑 달라서 뭐가 안된다’며 짜증을 냈다.
뭔가 하는 시늉이라도 해야할 것 같아서 옆에서 보다가 ‘혹시 이거 눌러야 되는 거 아냐?’했더니 그 후로는 화면이 술술 넘어갔다.
세무신고 같은 건 공대 나온 그보다 경영학 전공자인 내가 더 잘해야 하는데 모든 걸 자기 뜻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와 살다 보니까 웬만한 건 그에게 다 맡겨두고 신경 끄게 되었다.
운전만 해도 그랬다. 나 또한 결혼 전부터 자차 오너였고 이날 이때껏 차를 몰았지만 그는 내가 운전하는 꼴을 도저히 눈 뜨고는 못 본다.
이십 년 무사고에 과속딱지 한번 뗀 적 없는데도 말이지. 그가 운전하는 데 대해서는 나 또한 할 말이 없지 않지만 - 엄청 많지만- 거기까지!
그는 매뉴얼을 완벽하게 읽고 자신이 이해한 방식대로 해야 하는 타입이었다.
나는 성질이 급해서 매뉴얼 같은 건 못 읽고 대충 보거나 아예 안 보고 감(?)이 오는 대로 했다. 그게 그가 보기엔 무척 못 미덥고 못마땅한가 본데 나도 그런 그가 답답하고 숨 막힐 때가 있었다.
그 간격이 점점 잦아져서 사사건건 싸우다가 우리는 결국 헤어졌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예의를 지키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상대방에 대한 에티켓은 가족 간에 더 철저해야 하건만 인격 수양이 부족한 그와 나는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선을 넘었다. 서로 질 세라 무례하게 굴기를 반복했다.
소를 치는 견우와 베를 짜는 직녀는 일 년에 한 번 칠월칠석 때야 만난다는데 우리는 아마 내년 오월에도 만나서 종합소득세 신고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