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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한수 Feb 04. 2023

유아기에 엄마와 부비부비가 부족한 아이-영화 [마음이]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 말을  애들은 어릴 때부터 버릇을 잘 들여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곤 합니다. 그런데 선인(先人)들의 오랜 경험 축적에서 나온 속담에는 세상 이치를 꿰뚫는 진리가 담겨 있다는 걸 새삼 확인케 하는 말이라는 걸 알게 되면 이 말을 그렇게 대수롭잖게 넘길 수 없게 됩니다. 태어나서 세 살까지는 ‘에릭 에릭슨’이 말한 발달 단계 중에서 ‘구강기’와 겹치는 시기입니다. 구강기라 함은 주로 입(구강)으로 세상을 만나는 시기로 쉽게 엄마의 젖을 빠는 시기라고 보면 됩니다. 발달단계론에서는 생후 18개월까지를 구강기로 보는데 아기가 무슨 물건이든 입으로 가져가는 시기로 이때에 대인관계 신뢰감이 기본적으로 형성된다고 봅니다. 아기가 젖이 고파 칭얼거릴 때 엄마가 젖을 물려 욕구를 해소시켜 주면서 엄마와의 유대감이 형성된다는 것이지요. 이 시기에 기본적인 욕구가 억눌리게 되면 타인과의 유대감이 결핍되어 인성 발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건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구강기 다음을 항문기라고 하는데 기본적인 욕구 중의 하나인 배설 욕구를 참고 조절하는 시기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이 시기에 절제하는 심성이 싹트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이렇듯 서구의 심리학 이론은 우리 속담에 담겨 있는 지혜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심리 발달과 관련된 다른 이론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아기와 아동기 초기의 아이들 심성 발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엄마와의 교감이 첫 심리 발달 과정의 핵심 변인으로 제시되는 건 지극히 당연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엄마에 대한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 기억은 어릴 때 겪은 심리적 충격에서 비롯하게 되고 늙어 죽을 때까지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엄마 이야기는 어른에게도 강한 정서적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러니 엄마와의 정서적 교감을 다룬 이야기를 감상하는 일은 어른에게도 좋은 치유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많은 심리학자들이 유아기에 모자(母子)간의 애착관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으면 대인 관계에 문제가 생기고 그 반대로 과잉보호는 아이의 의존적인 심성을 강화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론이라고 생각합니다. 아기가 엄마와 늘 마주 대하며 표정으로 감정을 나누면서 자라면 자연스럽게 정서적 소통에 익숙해지고, 양육 조건이 여의치 못하여 늘 혼자 있었던 아기는 타인의 정서를 읽고 배려하는 심성을 잘 익히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어느 경향이든 한 쪽으로 치우치면 문제가 생긴다고 합니다. 애착 관계가 잘 형성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고통을 잘 느끼지 못하니 해코지를 하고도 미안한 줄 모르게 되고, 자식에 대한 애착이 너무 강한 부모의 간섭을 받고 자란 아이는 의존성이 강한 소위 마마보이로 자라나 나중에 심한 자아 분열을 겪게 되는 게 당연합니다. 요즘은 대부분의 엄마들이 직장 생활을 하니 아이와 같이 있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고 육아 시설에 맡겨진 아이는 유모와 붙는 있는 시간이 모자랄 수밖에 없어 정서적으로 결핍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성장통을 심하게 겪고 일탈 행동을 할 가능성이 커지는 겁니다. 사회적으로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고 대안의 정책을 마련해야 하겠지만 지금 당장 고통 받는 아이들을 치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발 보급하는 게 시급한 일입니다. 엄마들이 먼저 이 부분을 읽고 아이와 함께 동화와 영화를 감상할 것을 권합니다. 어른들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참다운 행복이 무엇인지 우리는 무엇으로 살아가는지 생각해 볼 기회를 갖는다면 참 좋겠습니다.


 사람이 사람다워야 사람이라는 우스갯소리 같은 격언이 있습니다. 사람이 사람다워지기 위해 갖추어야 할 덕목이 많겠지만 그 중의 제일은 사랑, 즉 인(仁)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달리 두뇌가 발달하도록 진화가 된 데에는 손을 사용하여 도구를 만들고 불을 일으켜 음식을 익혀먹는 등 여러 요인이 작용했겠지만 여럿이 생각을 주고받고 집단적으로 일을 하면서 인간답다 할 수 있는 정신 능력을 갖게 되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람답기 위해 갖춰야 할 품성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중 ‘인(仁)’은 ‘어질다’는 의미를 갖는 글자인데 이 글자가 두(二) 사람(人)을 담은 글자인 게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을 늘 해 왔습니다. 사람은 혼자서는 참다운 사람일 수 없습니다. 더불어 살면서 참다운 사람이 되는 법입니다. 생존 경쟁이 치열한 동물의 세계에서는 내가 살기 위해 경쟁 상대를 제거하거나 몰아내야 합니다. 그런데 사람은 불쌍한 이웃에게 제 것을 내어 주는, 동물 세계의 섭리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합니다. 바로 이런 행동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이런 행동 특성이 인간 집단의 번영을 가능하게 만들고 개체의 나약함을 극복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러니 개체간의 교감과 소통은 인간다움의 본질적 속성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젖먹이동물 중에서 가장 긴 수유 기간을 가진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서적 교감 활동이 많습니다. 바로 이런 교감 활동이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진화하게 만들었다고 보면 됩니다. 다른 개체와의 정서적 교감이 점점 복잡한 의사소통으로 발전하고 나중에는 의사소통 수단인 언어가 탄생한 것이니 아기와 엄마의 교감이 인간 지성의 씨앗이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유아기 때 엄마와의 교감 부족이 나중에 커서 타자와의 정서적 교류를 힘들게 만든다는 발달심리학의 연구 결과도 이를 잘 말해 주고 있습니다. 동화 중에 엄마 없는 아이 이야기가 유독 많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겠지요. 


영화 [마음이] 한 장면


영화『마음이』를 동물과의 교감을 다룬 작품으로 봐도 좋겠지만 강아지 ‘마음이’를 기르는 11살 ‘찬이’와 6살 동생 ‘소이’가 집 나간 엄마를 기다리며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 딱해 이 작품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눈물 짖게 됩니다. 전통적인 고아(孤兒) 이야기로 읽어도 좋을 듯하며 엄마 없는 아이의 불쌍한 모습을 너무나 감동적으로 잘 그려냈습니다. 외로운 두 아이가 강아지 ‘마음이’를 기르면서 비로소 행복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도 얼마 가지 못하고 깨집니다. 동생 ‘소이’가 강에 빠져 죽으면서 ‘찬이’는 ‘마음이’를 미워하게 되고 결국 이 소박한 행복도 파탄이 나게 됩니다. 엄마 없이 불쌍하게 사는 아이가 동생마저 잃게 되고 정을 나누었던 강아지한테서도 배신감을 느껴 헤어지고 마는 이야기 전개가 좀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동화들이 기아(棄兒) 공포,  즉 버림받는 비극을 다루고 있지만 결말에는 다시 만나게 해  상처 난 마음을 어루만져 줍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감정을 수습하기 어려울 정도로 슬픈 일이 거듭되는 비극입니다.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어요. 

  어릴 때 엄마가 곁에 없어 교감할 기회를 많이 갖지 못하는 것도 문제인데 늘 엄마가 곁에 붙어 잔소리를 해서 의존성이 강해지는 것도 문제이지요. 그래서 엄마 없는 아이 이야기를 간접 경험해 보는 건 정서 발달에 좋은 겁니다. 너무 거창한 얘기일지 모르지만 부재(不在)가 존재(存在)의 의미를 일깨우지요. 고아의 고통에 연민의 감정으로 공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나에게 엄마가 없다면?’ 하고 자문해 보는 것으로 나아가고 나중에는 ‘진실한 관계란 무엇인가?’ 하는 사색에 가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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