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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파인 Jan 30. 2023

 여성기억 1920
02.전국청년불평불만공개

시대를 생각하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는 청년 문제이다. 청년들의 고용불안, 결혼문제, 주택 문제 등등 ‘3포 세대’ ‘5포 세대’ 식으로 숫자를 늘려가는 청년들의 삶의 포기 영역이 커지고 있다.  청년들의 삶이 고되고 힘든 것은 1920년대에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그런데 1927년 잡지에는 재미있는 기획 기사가 실렸는데 ‘전국청년불평불만공개, 우리의 희망과 요구’라는 기사들이다. 10여 개 꼭지의 기사가 실려 있는데, 농촌청년, 노동자, 고학생 등 다양한 청년들이 당시의 세태를 고발하고 있다. 농촌 청년은 농촌의 어려움을 돌보지 않는 세태를 꼬집고 있고, 노동자는 지식인들이 주최하는 강연에 가봤지만 자신들 잘난 척이고 정작 구체적인 자신들의 삶은 외면되고 있다고 질타한다. 물론 잡지에서 기획하고 있어서 그런지 언론과 신문의 공공성 문제, 기성세대의 청년문제에 대한 몰이해와 권위적 태도 등이 많이 거론되어 있다.         

  

 그중 한 개의 기사는 ‘ 딸나은 죄인가요?’라는 제목으로 딸을 학교에 보내는 부모의 어려움을 다루고 있다. 딸을 여학교에 보내고 있는데, 너무나 많은 교육비가 들어 힘들다는 이야기이다. 


 그 내용을 보면 공식적으로 월사금 1원이지만 학교 측에서 이런저런 명목으로 10원 이상 학부형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간다는 보고이다. 담임 선생님은 월사금. 음악 선생은 악보책 살 돈, 체육선생은 운동 관련 비용. 재봉선생인 비단과 자수실 사 올 돈을 가져오라 하니 선생 한 명은 1,2원이지만 합치면 10여 원이 넘어서 너무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한 수학여행비와 학예회, 전람회가 있을 때도 비용이 청구되고, 서양 요리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데에도 돈이 요구되니 도대체 이해가 안 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기에 더해 담임  생님들이 은근슬쩍 요구하는 것이 만만치 않아 어떤 선생은 은수저 한 벌을 요구했다고 하니, 교원생활을 마치고 종로에 금은방을 낼 계획이냐고 비꼬고 있다. 


  청년불만공개 기사에 딸 교육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기사가 적합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교육 현장이 그제나 이제나 투명하지 않고, 교육 외의 부담이 만만치 않았음을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 불만 공개에 나선 당사자가 아들 교육은 물론 딸 교육에도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고, 당시로서는 예외적이었겠지만 딸 교육에 나선 부모들이 시대를 거듭하면서 서서히 늘어갔다는 것이다. 지금부터 거의 100여 년 전에 ‘딸 낳은 것이 죄인가’ 외치면서 교육 세태를 비판하고 있는 이 기사가 그래도 반가운 것은 딸교육을 생각하는 부모들이 그때도 있었다는 점일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지금 우리가 ‘전국청년불평불만공개’라는 이벤트를 열어 본다면 어떤 목소리들이 나오게 될까?  청년세대를 그저 위로하거나 돌보는 보호 대상이 아니라 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불평과 불만을 이야기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  청년남녀를 둘러싸고 갈등과 혐오를 부추기는 기성세대나 정치세력을 배제한 채 순수히 청년들의 목소리가 발화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래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청년들의 ‘희망과 요구’를 담아 미래 사회를 설계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주) 딸나은 罪인가요?, 全國靑年不平不滿公開 우리의 希望과 要求, <<별건곤>> 제10호, 1927년 1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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