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을 거닐다 16

풍성한 테마의 생태공원, 화담숲(Hwadam Forest)

by 수파인

여름은 아직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기야 작년에도 추석인데 너무 더워 당황했던 기억이 있으니 이번 여름도 쉽게 떠나지 않을 것 같다. 산 옆에 있는 우리 집에는 그래도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가끔씩 스치고 지나가니 이제 곧 걷기 좋은 가을이 다가올 것이다.


경기도 광주에 있는 화담숲은 다양한 테마정원이 조성되어있는 규모가 큰 생태공원이지만 천천히 걸어 다닐 수 있는 산책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 다가오는 가을 방문하면 좋을 것 같다. 화담숲에 들어서서 조금 가면 모노레일을 타고 산 정상까지 갈 수 있는 장소가 있는데, 신발만 편안하다면 천천히 걷는 편이 더 좋을 것 같다. 참고로 모노레일은 예약해야 탈 수 있는데 인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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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담숲은 사계절 다양하게 볼 수 있는 꽃이 식재되어 있어 어느 계절에 가도 좋지만, 내게 마음에 드는 계절은 하얀 자작나무와 멋들어진 소나무를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가을이 좋았다. 자작나무 숲에는 2,000그루 이상의 자작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오르고 내리는 데크 길이 잘 만들어져 있어 올라가며 쳐다보고, 잠시 서서 쳐다보며 감상하기에 좋았다. 울창한 자작나무 숲에 슬쩍슬쩍 햇살이 비치면 빽빽한 그늘이 잠시 잠시 환해지는 정경을 보는 느낌이 참 좋았다.


처음에는 계속 오르막을 걸어가게 되는데 편한 데크길이지만 약간 피곤해질 즈음 지나가는 모노레일을 보노라면 ‘저걸 탈 걸 그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중간중간 가꾸어 놓은 다양한 야생화와 꽃, 그리고 많은 분재 작품들을 세심하게 볼 수 있는 기회는 단연 걷는 이에게만 허락된 것이라 부러움을 내려놓아도 된다. 모든 길이 그렇듯 오르다 보면 다시 내려오는 길이 주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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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담숲에는 많은 수종 중에서 특히 소나무를 세심하게 가꾸어 놓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소나무는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나무이다. 세월과 장소에 따라 멋들어지게 휘어지기도 하고, 꼿꼿하게 푸르른 정기를 내뿜기도 하는데, 화담숲의 소나무는 정성스럽게 보살핌을 받아 화려함마저 느끼게 해 주었다. 일반적으로 자연스러운 질박함과 거칠지만 친근한 소나무와는 다른 분위기였지만, 멋들어진 소나무들을 하나하나 관찰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많이 내려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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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숲에서 이어지는 길에는 커다란 암석 바위와 야생초 그리고 작은 폭포와 같은 물길과 연못 등이 어우러져 운치를 더해 준다. 그리고 우리나라 전통의 돌담과 기와지붕이 이어진 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고향길을 걷는 것 같은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나무데크 길에서 시작하여 장소에 따라 흙길과 계단, 단정하게 포장된 길이 이어져 있는 긴 여정을 마무리할 때면 몸은 조금 지쳤지만, 마음은 평안해지고 하루를 잘 보냈다는 흡족한 기분이 든다. 그래 이 느낌이 바로 정원과 숲을 거니는 기쁨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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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더위가 떠날 줄 모르지만 지난 가을에 갔던 화담숲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이제 선선한 바람이 불면 또 다른 정원을 가 볼 마음에 계절을 재촉하게 된다. 가을아! 적당한 속도로 우리에게 오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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