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아이러니한 희망
퍼펙트 스톰이 지나간 자리엔 온통 부서진 잔해조각들만이 나뒹굴고 있다. 사방은 고요했고 바람은 선선했다. 따가운 햇살은 서러울만치 빛나고 뜨겁다. 자연의 섭리는 오히려 인간에게 두려움과 위안을 동시에 주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반복 경험하게 하는 것 같다. 운명이라는 것도 믿음도 그러한 상황을 겪어 본 자들의 입에서 내뱉어질 때 조금더 진하게 다가온. 그래서 다시 돌아오게 된 2025년 유로바이크쇼에 대한 기록과 감상을 적어볼까 한다.
에코브에게 1년중 가장 중요한 행사이자 모든 업무의 기점과 종점이 되는 연례행사가 되어버린 유로바이크쇼는 실체가 있는 목표임에는 분명했다. 유럽에 시장이 존재하는가는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실제 우리가 쇼에서 만난 고객들은 정작 우리에게 구매를 한다거나 개발 의뢰를 하는 비즈니스로 연결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홍대클럽이 한참 유행하던 시절(물론 지금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으나) 피끓는 주말을 보내기 위해 어디 멀리서 소문듣고 오셨는지 지나가는 나에게 길을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있다. 홍대에 가면 히피 같은 문화를 이끄는 누군가들이 있고 그들과 섞이고 싶다는 경험은 대부분 환상에 가깝고 대부분 같은 목적을 가진 욕망의 수요자들이 모여 뒤흔들고 부대끼는 곳이 클럽이었다. 정작 현지인들이라고 하는 이들은 목늘어진 티셔츠 슬리퍼에 삼겹살과 소주를 사주는 선배를 보러 갔을 테니 말이다.
유로바이크엔 욕망의 수요가 넘쳐난다. 그리고 그들끼라의 경쟁은 이미 하나의 커다란 골목시장으로 형성되어 있다. 이를 해소해줄 공급자의 실체는 불과 몇 년전 DHL에서 이제는 AMAZON으로 확실히 넘어간 상황이다. 에코브는 이 상황이 어떤 느낌일지 잘 알고 있다. HMG에서 배운 것은 산업의 수요공급과 그들의 수직구조를 형성하는 힘과 메커니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것이며 그 안에서 생존에 성공한 사람들이 어떤 전략을 지녔었는지, 왜 실패했는지 제빠른 상황판단을 해야 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이들은 철저하게 자신을 숨겨야만 한다. 어설프게 블러핑을 하고 자신을 어필하고 다니다가는 실체적, 잠재적 경쟁자들에게 지속적이고 보이지않는 유무형의 데미지를 입게 된다.
유로바이크의 4년차 짬을 가진 에코브는 우리보다 앞선 회사들의 부침을 이미 봐왔고 신생업체들의 약진도 함께 느끼고 있는 중이다. 우리는 이미 이바닥에서 확실한 인지도가 생겨나 새로 맞춘 블랙카라티에 새겨진 주황색 로고를 보고선 어디서 뭐하는 놈들이냐고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다는 점이 좀 편하다.
우선 구동계 업체들은 기존 만도를 중심으로 Movaria, CIXI, Pendix, Dynamic Drive등을 꼽을 수가 있다. 우선 SHS의 기술은 한국인들에게 가장 설득하기 어려운 기술중의 하나이다. 감성적 테크놀러지의 영역이라 쉽게말하면 어느정도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기능이상의 가치를 지닌 과시적 제품에 녹아있는 정서와 같은 것이다. 그런데 잘 알지도 못하는 화물전기자전거라는 제품을 소개할 때 늘 등장하는 SHS의 이유는 개발자인 우리들 역시도 그 잠재력을 제대로 알지도 못한채 하고 있더라는 웃긴 얘기다. 체인이 없는 구동계라는 것은 자전거의 입장에서 설명할 때의 관점이다. 미래 모빌리티와 모듈러 컨셉의 초소형 전기차라는 관점에서 볼 때 과연 페달방식이 왜 필요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그러나 이 부분은 자동차 개발과 자전거 개발을 모두 해 본 에코브의 입장에서 볼 때 미래의 자동차가 작고 저속이며 대신에 강한힘을 가져야 하는 개발목표라는 부분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된다. 그리고 그것을 구현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속도, 편의, 연비에 집중된 자동차 산업의 경쟁구도가 이쪽에서는 승차감, 조작감, 파워라는 비슷하지만 다른 키워드로 표현이 되고는 한다.
작은 제품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선 여러가지 기능들이 하나로 통합되거나 쉽게 호환과 변형이 가능해야 한다. 대충 그런 방식을 모듈러라고 통칭하긴 하지만 모듈화설계는 생산자의 입장에서 좀더 유리하기 때문에 사용자를 배려한 듯한 의미는 아니라고 본다. 모빌리티 개발자의 입장에서 SHS는 보다 다양한 구성을 조합할 수 있게 해주는 개념이다. 전기구동 완성차를 만들기 위해 모터와 컨트롤러의 선택, 복잡한 와이어링, 배터리등의 배치를 하고 사람과 화물을 실을 공간구성을 하는 데에는 그 역할 만큼이나 개발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은 아니다. 의장과 내외장등의 디자인과 편의사양의 개발이 거의 대부분이다. 카고바이크는 전반부의 다양한 구성자체로 거의 완성에 가까운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 그래서 그 레이아웃 패키지의 신박함이 승부처가 되는 것이다. 체인방식이 아닌 무체인 방식만이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기도 하며 실제 페달에서 전달되는 전기적 신호는 액셀러레이터 개념과 브레이킹을 동시에 처리하기도 한다. 자동차 조작법의 밟거나 오토바이의 스로틀등과 같은 가속행위를 여러단계에 나눈 페달링으로 바꾸는 것은 더 안전하고 섬세하고 직관적인 측면이 있다.
도심에서 25Km/h로 속도제한이 있지만 충전인프라가 필요없고 구석구석 침투력이 좋기 위해선 좁은 공간에서의 활용도 측면에서 새롭게 정의해야 할 기능들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차체샤시를 만들수 있는 에코브는 그런 면에서 여러가지 구동계를 선택할 수 있는 구매자의 입장이다. 구동계를 공급하는 회사들은 구동모듈을 장착할 완성차 업체를 찾아야 한다. 그 완성차 업체는 결국 아마존등과 같은 최종 사용자와의 협상을 잘 해내야 함은 물론이고 그들의 지속적인 요구사항에 대해 잘 대응하는 맷집과 배짱이 있어야 한다. 에코브와 같이 차체를 보유한 완성차 브랜드의 경우 대게 하나의 대표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컨셉부터 양산까지 10년가까이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금번에 새로 제작한 차체는 만도의 e-pedal 과 배터리를 접목하여 고출력 고성능을 구현하기 위해 트랜스액슬구조에 SEG모터를 접목한 방식이다. 모터의 최대출력은 2KW 로 적은 힘은 아니며 이또한 10:1 감속기를 통해 약 220Nm의 토크를 발생할 수 있다. 기존에 사용하던 Heinzmann의 인휠모터는 110Nm 수준이었다. 인휠 모터방식은 직결로 에너지 효율은 높지만 최대 출력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단점과 공급사 자체의 사후관리의 문제도 있다. 반면 트랜스액슬구조는 모터의 선정에서 좀더 자유롭다. 체인방식이 아닌 전자식 신로 구동되는 모터이기에 일반 전기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프랑스의 CIXI 는 자신의 구동계를 시속 120km/h의 역삼륜 전기차에 장착하여 양산에 가까운 형태로 전시했다. 이 차량의 스펙은 일반적으로 전기차에 쓰이는 모터스펙과 배터리의 용량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이들의 사업전략방향을 예측해 볼 수 있다.
https://youtu.be/zw5y5u3qqFQ?si=cJKiFSHpx1-QJnPl
https://youtu.be/AmjGO1eaUbk?si=ai1RdkorF8mwp5zr
또다른 구동계 공급자로 떠오르고 있는 MOVARIA와 HONDA의 첫 참전작품인 Fastport의 얘기를 좀 해볼까 한다. 4륜 카고바이크로 12인치의 작은 휠과 낮은 무게중심으로 정성들여 만든 두대의 프로토타입을 전시했다. 데모트랙에서 시승이 가능한 Fastport는 단순 하드웨어 중심이 아닌 소프트웨어와 관리 측면의 여러가지 서비스내용을 함께 홍보한다. 혼다는 오래전부터 MPP라고 하는 Modular Power Pack 을 출시하여 그들이 개발하고 있는 여러가지 모빌리티 디바이스에 접목하는 시도를 하고 있었다. 로봇, 이륜차, 특수장비뿐 아니라 그 자체로 캠핑카에 쓸 수 있는 파워팩으로도 개발이 되어 있다. 카고바이크의 스펙이 점점 전기이륜차나 릭샤와 같은 자전거를 넘어선 마당에 그들이 이를 놓칠리가 없다. 인도에서도 상당한 점유율을 갖고 있는 혼다바이크는 전기릭샤에 MPP 4개를 탑재하여 테스트를 하기도 했다. 다만, 구동계를 통해 또는 차체의 설계에 따라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화물전기자전거는 전문가들의 관점에 볼 때 승차감과 조작감에 대해서 매우 엄격하게 판단한다. Fastport는 야심차게 그들의 의지를 피력한 듯 했으나 시장의 평가는 냉정했다.
https://honda-mpp.com/in/https://youtu.be/NJXVDizKwcg?si=fr0LdjNdb4rO1a_n
https://youtu.be/NJXVDizKwcg?si=fr0LdjNdb4rO1a_n
우선 지나치게 낮은 차체와 긴 휠베이스는 울퉁불퉁한 도로와 경계석을 주행하기에 불안했다. 특히 구동계의 셋팅자체는 다이나믹하지 않고 반응이 느린 편이었다. 물론 이러한 셋팅값을 잘 튜닝하는 작업이 중요하긴 하지만 실제 그들이 타겟하고 있는 아마존의 경우 자체 평가기준을 산업평균보다 더 높게 가져가기에 추후 이를 진지하게 대응할지는 미지수이다.
Movaria는 시리즈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는 신예브랜드이긴 하나 대부분 자체 개발한 하드웨어라기 보다는 중국의 잘 만든 부품들의 조합과 이를 소프트웨어적으로 절묘하게 조합한 구동계이다. 마침 유사한 구성을 가진 중국의 업체도 함께 참여하여 이들의 기술력과 지속가능성에 대해 다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기능이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니며 사후정비가 없다는 내구와 편의성이 더 중요한 시장이다. 그런면에서 만도의 구동계는 심플하게 구성이 되어 있는 편이다.
독일의 고객사인 Rytle의 Arne와 그들의 기존 3륜 차량인 Movr도 함께 우리부스에 전시를 했다. Garfield Project였던 스탬핑 휠로 기존 부품을 교체한 차량으로 우리입장에서는 부품공급사로서 내세울 수 있는 실적이기도 했다. 이미 구형이 되어버린 체인구동계를 여전히 장착하고 있는 Movr의 다음 버젼은 에코브의 신규 3륜 자전거의 차체위에 그들의 스킨파츠를 씌우는 것이 검토되고 있다. 또한, Rovr라고 불리는 4륜차량 또한 에코브가 설계하고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주요 고객사인 만큼 서로의 요구사항에 대해서 성실히 대응해 주고는 있지만, 역시 사업적인 관점에서 스케일업을 짧은 시간에 기대하는 것은 좋지 않다.
이들은 우리의 설계와 프로토 제작이 마무리 되면 인도OEM 공장을 통해 생산계획을 잡고 있다. 스탬핑 기술은 자동화 장비를 써야 하므로 인건비의 비중이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자동차 생산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기때문에 우리의 방식이 한국에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유럽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원가경쟁력을 갖추어야 하기에 여러가지 고민을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
한가지 고무적인 사실은 해외 업체들의 국내시장에 대한 관심도가 무척 높아졌다는 것이다. 지바이크 사례는 물론 규제자유특구를 통해 한국의 카고바이크 잠재수요가 그들에게 어필되는 듯 하다. 에코브는 이 분야에서는 정부의 전략과 함께 나가는 대표기업으로 소개하기에 부끄럽지 않은 정도의 제품을 만들었다고 자부한다. 특히 구동계 업체들의 관심도는 무척이나 높았다.
금번출장에는 클리오모빌리티의 주요관계자들이 함께 참관했다. 마이크로 모빌리티 디자인 전문기업이지만 MULE 컨셉을 통해 이를 상용화 하는 것에도 많은 투자와 노력을 하고 있다. 에코브와는 사제지간이기도 하면서 협력파트너로서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우리의 든든한 후원자인 경북TP에서도 함께 참관을 하며 영국의 Delivery Mates의 카고바이크 물류배송 현장을 직접 방문하였다. 국내기관과 산업종사자들의 노력과 관심은 한국시장의 잠재력을 키우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유럽은 화물전기자전거의 개발 붐은 다소 주춤한듯 하나 여전히 밀도있게 진행중이다. 매년 새로운 업체들이 등장하는 혁신적인 시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기존에 없는 시장이 아니라 환경 이슈의 문제가 있는 트럭 차량 위주의 배송을 대체하고 보완하는 역할을 하다보니 품질과 서비스의 기준이 자동차 수준정도를 원한다는 것이 가장 큰 도전과제이다. 에코브는 직접 참전을 할 여력은 되지 않지만 Rytle과 같은 완성차 브랜드와 함께 기술개발, 부품공급의 역할을 하고자 하는 전략은 유효했던 것 같다. 결국 한국에서의 화물전기자전거 완성차 사업은 이 모든것을 총망라해야 하기에 어쩌면 우리로서는 더욱 어려운 시장처럼 여겨졌다. 국내시장은 규제자유특구와 테스트베드 정도로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느꼈으나 정작 유럽시장에서의 현실은 더욱 어렵다는 것을 느낀 전시였다. 그렇다면 국내의 고객사들과 잠재인 수요발굴에 좀더 매진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신규차량은 모터선정의 잘못으로 인해 높아진 출력을 모터가 견뎌내지 못해 발열 문제가 발생했다. 예상치 못해던 문제였으나 적극적으로 해결방안을 찾아 이미 개선중이다. 이 또한 숨길것이 아니라 우리는 믿어준 고객들에게는 솔직하게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함께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카고바이크가 과연 한국에서 단시간의 해프닝으로 사라질 운명일지 지속가능한 모빌리티로서 자리잡을지는 바로 이 시점에 우리가 처한 상황이며 우리가 헤쳐나가야 할 과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