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사고와 반응을 기반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나에게는 그것이 늘 불안의 대상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두려운 건 내 삶의 방식이 내 아이에게 ‘전염’되는 것이다.
내 아이는 너무 영특하고, 사랑스럽다.
그런 아이에게 내 사고방식이 영향을 줄까 두렵다.
나는 어릴 적 학대를 겪으며 자랐다.
그 경험들은 나를 건강하게 성장하게 하지 않았다.
그 상처가 아이에게로 전해지지 않을까,
그 걱정이 나를 계속 괴롭힌다.
현재 나는 층간소음 때문에 거의 피해 다니는 삶을 살고 있다.
이번 이웃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처음 이사 왔을 때는
5층에 건물주 할아버지와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이 있어
“별일 없겠지” 하고 생각했다.
차가 매일 바뀌긴 했지만 그냥 정상이라 생각했다.
2층에 사는 나와 3층 사람과의 층간소음으로 너무 고통 받았을 때에는 직접 찾아가 말을 하기도 하고
끝내 3층이 이사가며 한달정도 조용하게 살 수 있었다.
그러나 3, 4층이 비어 있던 날 새 주민이 들어왔다.
4층에는 젊은 남녀,
3층에는 얼핏 보기에도 무서운 분위기의 남성이 살기 시작했다.
4층은 처음부터 시끄러웠다.
그런데 내 아이의 자전거를 함부로 옮기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
그 순간 분노가 치밀었다.
‘왜 남의 물건을 만지나?’
그리고 3층의 소음이 시작됐다.
이 집은 방음이 거의 없다.
깡패처럼 보이는 3층 남자는 안방에서 코를 크게 골며자기 시작했고
나와 아이는 작은 방으로 옮겨 잠들 수 밖에 없었다.
남편은 밤에 거의 없어 아이와 단둘이 남겨져 두려움이 더 크다.
의자를 끌고,
철제 물건을 떨어뜨리고,
그릇이 깨지는 듯한 소음을 냈다.
나는 녹음했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다녀갔지만
그는 오히려 계단 쿵쾅거리며
내 집을 감시하는 듯했다.
밤새 새벽 3시까지 잠들 수 없었다.
낯선 위협과 공포의 밤이었다.
또 전에는 옆집 남자는 지나가며 침을 뱉었다.
그 일로 한동안 밖에도 못 나갔다.
집앞 cctv에서 매일 왔다갔다 하던데, 월세90만원을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은 없어보인다.
나는 스스로 되묻는다.
‘왜 이런 기묘한 일들이 나에게만 일어나는 걸까?’
오늘도 도서관에 도망치듯 와있다.
나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지만, 환청이나 환시는 없다.
그럼에도 이곳의 소음은
정상적인 생활 범위를 완전히 벗어난 폭력적인 소음이다.
톱으로 자르고, 망치로 두들기고, 쇠를 떨어트리는 소리가 난다.
1층 크리닝 가게 사람도 범죄자처럼 느껴질 만큼 위협적이었다.
그의 눈빛과 행동이 정상적이지 않게 다가왔다.
우편함의 고지서를 보니
이 빌라의 주요세대는 전기요금·가스요금이 거의 없는 세대가 많다.
어떻게 그런 구조로 운영되는지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다.
남편은 저녁마다 집에 거의 없다.
위협적인 소음과 공포는
대부분 아이와 혼자인 저녁 시간대에만 들린다.
나는 부동산에 집을 내놓았다.
이 곳을 떠나고 싶다.
비용이 들더라도,
이곳에서는 더 이상 살 수 없다.
차라리 모든 것이 환청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내 꿈은 단 하나이다.
나의 정신질환이 더 심해지지 않기를
정신질환을 앓고 있더라도 정상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사고력이 생기기를.
우울증이 좋아지기를
층간소음에 괴롭힘 당하지 않기를
더 이상 층간소음으로 싸우지 않고 살기를
요즘은 집에 있는 것조차 힘들어
밖을 돌아다니는 일이 많아졌다.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는 이유가
내 행동 때문일까?”
어딜 가도 환영받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폭력적인 가정에서 자란 나는
여전히 건강하게 사회를 살아가고 있지 못한 듯해
스스로 답답하고 속상하다.
나의 사고방식은 이미 40년 동안 굳어졌다.
그걸 바꿀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정상적인 삶, 상식적인 삶을 살아보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 벗어나 있다.
정상적이지만, 정상적이지 않은 나.
아이를 키우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매일 고민한다.
죽고자 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라고 했다.
나는 죽을 용기도 없고,
살고자 하는 마음만 가득하다.
이런 나를 신은 죽일까. 난 살고자 하는 마음만 가득한데.
오늘도 도서관에 앉아
조용히 기도한다.
제발, 이 집에서 무사히 나가기를.
건강한 대처 방법으로 나가기를.
오늘 밤도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하는 것인지 너무나 두렵다. 집에 가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