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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귀여운코끼리 May 24. 2021

오늘도 난 네게 위로를 건넨다(두 아들맘의 육아생활)

#04. 어른들은 몰라요 우리가 무엇을 바라는지

우리 집에는 어린이날, 생일, 크리스마스 등에는 특별한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 스케줄, 식사메뉴, 선물 하나를 고를 수 있는 그야말로 빅 3 선택권, 아이가 자랄 때마다 달라지는 아이의 선택이 흥미롭다.


첫째가 6살까지는 아이들 1도 생각하지  않고 마트에 가자마자 가장 크고 멋진 장난감을 골랐다.(주로 유행하는) 그리고 종일 TV를 보고 첫째는 늘 우동이나 김밥을 골랐고 둘째는 햄버거를 골랐다.


하지만 작년부터 첫째가  꽤나 고심하면서 메뉴나 선물, 스케줄을 고른다. 작년 생일 아침 첫째는 자기가 선택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한 기색이 역력했다. 종일 들떠서는 얼굴에는 웃음이 가시질 않았고 나는 주문한 대로 메뉴를 차려냈다. 아이가 원했던 건 생일상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소박한 집밥이었고 저녁에는 마트에서 유행하는 피규어 선물을 고르고 식당에 가서 첫째가 고른 해산물을 먹었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케이크를 잘랐다. 별다른 이벤트 없이 그 정도가 끝이었다. 그것만으로 아이는 무척 행복해했다.

아이가 정해준 아침 메뉴와 저녁메뉴

그리고 이번 어린이 날, 데려간 마트에서 아이 둘 다 작년에 비해 아주 오래 선물 골랐다. 작년과사뭇 다른 아이들의 모습에 나는 아이들이 무엇을 를까 기대가 됐다.


아이 둘 다 고를 듯 말 듯 중간에 맘 바꾸기도 두세 번,

예전처럼 단숨에 선물을 고르지 못하고 한 시간 동안 고르고 또 골랐다. 어린아이들이 어찌나 진지한지 남편과 나는 그 모습에 그만 웃음이 나왔다. 결국 첫째는 포켓몬 피규어를 둘째는 풍선을 골랐다. 어린이 날 선물이라고 하기에는 머쓱해서 아이들에게 인형 하나씩 안겨 주었다.

 

아이들은 그 한 시간 동안 선물을 고르면서 머릿속에서 비눗방울처럼 수십 개의 생각이 터졌을 거다.


이 장난감을 갖고 놀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이걸 살까 저걸 살까?
무슨 놀이를 할까?


한 번 선물을 골랐던 한 해 전보다는 훨씬 많은 생각을 했음이 틀림없다. 아이들이 어느새 한눈에 들어오는 크고 멋진 장난감을 고르기보다는 자기가 좋아하고 갖고 싶은 것을 고민해서 사는 나이가 되었다.


사실 나는 이사를 2-3년마다 다녀서  달마다 아이들이 안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아이들과 상의하에 정리한다. 유행하는 로봇이나 자동차는 처음에는 '우와'하며 놀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유행이 가고 장난감 정리함에 갇혀 빛을 못 보게 된다. 오히려 오래 손을 타는 건 소박한 것들이다. 요즘 아이들이 잘 가지고 노는 건 보드게임, 책, 스케치북, 색종이처럼 여러 가지로 만들 수 있는 것이나 피규어나 인형처럼 역할 놀이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치우기는 좀 힘들지만 그래도 엄마로서는 돈도 덜 들고 아이들이 좀 더 오래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선택하니 이점이 더 많은 셈이다.

형제의 50가지 놀이들

그리고 올해 아이들이 원한 스케줄은 바로 자유, 그리고 화내지 않는 다정한 엄마였다. 아무것도 정해놓지 않고, 그냥 종일 본인들이 하고 싶은 것을 온전히 선택한 아이들의 일상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첫째는 그냥 평소처럼 놀다가 아빠한테 같이 보드게임을 하자고 하거나 엄마를 좀 더 자주 오래 껴안고 싶어 했고, 거실에서 혼자 자고 싶어 했다. 둘째는 TV를 시청하면서 라면과 팝콘을 먹고 싶어 했다. 생각하면 소소한 것들인데 내가 감기에 걸릴까 봐 혹은 습관이 좋지 않아질까 봐 금지했던 것들이 아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자유였던 모양이다.


해마다 돌아오는 특별한 날들을 나의 아이들은, 그저 조금 더 잘 놀아주는 아빠, 조금 더 다정한 엄마와 함께 평범하게 보내길 원한다. 이제는 나의 아이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어떤 것들이 우리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는지 조금 알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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