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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선생님 Nov 18. 2022

내가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

나는 글쓰기가 정말 좋다. 언젠가는 나도 전업 작가가 되고 싶다. 꼭.

  나는 글쓰기를 정말 좋아한다. 언제부터 내가 글을 좋아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고 지금도 내 취미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글쓰기를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나는 글 쓰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좋은 글을 쓰는 것은 어렵다. 얼마나 어려운지 아직 한 번도 해내지 못했다. 그러나 나도 언젠가는 해낼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논술 문제를 보고 나의 생각을 적는 일이나 대학교에서 주제에 맞춰 나의 생각을 적어내는 시험이나 과제는 항상 30분이면 해내곤 했다. 생각이 이루어지는 것을 그대로 글로 옮겨 적을 수 있고, 생각을 정제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짧게 이야기하면 '뭘 모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절 나는 자신감이 넘쳤다. 나는 글을 잘 쓴다고 생각했다. 두 시간짜리 시험에서 같은 분량을 쓰는데도 시간이 부족한 친구들도 있었던 반면 나는 시간이 항상 넘쳤으니까. 그게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는지는 글을 취미로 가지게 되면서 깨달았다.

  글을 취미로 쓰게 되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장편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책을 꽤나 많이 읽었는데, 과장을 조금 (많이) 보태면 도서관에 있는 영미문학은 거의 다 읽어보았다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내가 읽었던 책은 주로 장르문학으로, 나는 순수문학은 많이 접하지 못했다. 그것은 글을 읽는 수많은 대중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글은 내용으로 읽지, 글 자체를 읽으려고 읽는 사람은 많이 없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소설' 이라는 말에는 표현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혹은 글을 써 나가는 방식이 얼마나 재미있는지가 당연히 포함되지만, 보통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는 내용이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했던 추리소설들은 보통 스릴 넘치는 내용과 기발한 범죄자들이 등장하곤 했다. 그리고 늘 사건을 해결하는 멋진 주인공까지. 기묘한 능력으로 범죄를 저지르곤 하는 범죄자들과 이것을 자신이 가진 특기를 활용하여 막아내는 주인공의 싸움을 보고있노라면 절로 다음편이 궁금해지곤 했다. 나는 내용에 빠져 있었던 셈이다.

  장르 문학에 심취한 나에게 소설이란 것은 이상향이었다. 도달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도달하고 싶은 그런 곳이었다. 나만의 소설을 쓰고, 나만의 매력적인 주인공을 창조해내는 일. 거기에 나만의 이야기로 주인공을 살아 숨쉬게 하고, 주인공의 행동에 이유를 더해 줄 매력적인 악당까지. 내가 재미있게 읽었던 '아서 코난 도일', '제프리 디버', 'J.R.R.톨킨'을 비롯해 지금은 기억조차 희미해져버린 많은 작가들처럼. 그러나 장편 소설을 쓴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판타지 세계를 창조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실제 있는 세계를 묘사해 옮기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깨닫게 되었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실제로 있는 일인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알아보아야 하고, 내가 쓴 것이 실제로 실현가능한 것인지 고민해야한다. 현실을 배경으로 글을 쓰려면 현실적인 사건이나 인물이 등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고민이나 조사를 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언젠가 내가 나의 꿈인 전업 작가가 된다면 가능한 일이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전업 작가가 되려면 괜찮은 작품 서너개 쯤은 있어야 할 것 같다.) 당장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 내가 아름다운 표현이 주는 아름다움에 눈을 뜨게 된 것은 얼마 전 일이다. 글을 쓰는 사람의 입장이 되고 보니, 글이 다르게 느껴졌다. 그저 내용을 정해서 내가 짠 내용을 읊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용을 전개하는 방법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깨달은 탓이다. 작가가 쓰는 조사 하나하나, 묘사 하나하나에 독자의 마음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글을 읽으며 좋은 표현을 볼 때 내 마음이 움직였기 때문이다. 신기하면서도 새로운 표현을 만나면 가슴이 뛴다. 나도 그런 표현을 창조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신선하지만 사람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표현. 상투적이고 고리타분한 표현이 아니라, 나만이 쓸 수 있는 표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집착처럼 자리했다. 나는 좋은 글, 아름다운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장편을 쓰는 것은 너무나 힘들다. (위에도 여러번 이야기했지만.) 따라서 짧은 글이라도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언제까지나 '나는 작가가 될거야' 꿈만 꾸는 사람에 그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작가가 되었다. 비록 브런치에 정제되지 않은 나만의 글을 쓰는 사람이지만, 스스로 작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꿈을 이루었고, 큰 꿈을 이루기 위한 첫 발을 내딛었다. 나는 꼭 내 꿈을 이루고 말 것이다!




  좋은 글, 아름다운 글이란 무엇일까? 나는 먼저 나만의 기준을 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이 한 말도 들어보고, 내가 생각하는 좋은 글도 다시금 읽어보았다. 어떤 글이 좋은 글일까? 나만의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1. 간결한 문체

  문체는 간결할 수록 강렬한 힘을 가진다. 물론 긴 문장이 주는 수사학적인 맛도 있다. 그러나 문장이 길어지면 길을 잃기 쉽다. 문장이라는 것은 하나의 생각 덩어리라고 이야기하는데, 생각이 정리되지 않고 장황하게 늘어지면 당연히 여러 생각이 섞이게 되는 탓이다. 안은 문장이나 안긴 문장을 최소화한다. 또 단점을 하나 꼽으라면 독자의 피로감이다. 한 문장은 독자가 한 번에 읽고 처리하게 되는 정보의 양이기 때문에 긴 문장은 독자의 피로감을 누적시키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짧은 문장은 읽기에 간편하기도 하고, 문장 사이의 간격이 짧아 독자가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게 된다. 구구절절 설명하는 느낌이 들지 않고 '무슨 말인지 알지?'와 같은 설명이 가능해진다. 같은 설명을 해도 아래와 같은 느낌일 것이다.


1) 긴 문장 : 나는 어제 A를 만나 같이 길을 걷다가 우연히 영화관을 발견하게 되어 그곳으로 들어가 영화를 보려고 하던 찰나, 어떤 영화를 볼지 고민이 되어 먼저 밥을 먹기로 하였는데, 밥을 먹다보니 시간이 많이 지나 영화를 다음에 보기로 하였다.

2) 짧은 문장 : 나는 어제 A와 만났다. A와 나는 영화관을 발견했다. 우리는 영화를 보기로 하고 들어갔다. 그러나 어떤 영화를 볼지 고민이 되었다. 우리는 밥을 먹기로 했다. 밥을 먹다보니 시간이 많이 지나 영화는 다음에 보기로 했다.


  예시가 올바르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둘다 내용은 형편없지만, 한 문장으로 길게 쓰는 일이 독자를 얼마나 피로하게 하는지는 설명이 되었으면 좋겠다.


  2. 지나치게 수사적인 표현 줄이기

  글을 쓰다보면 수식하는 말에 집착하게 된다. 꽃을 보더라도 그냥 꽃을 보는 것이 아닌, 알록달록 아름답고 형형색색으로 반짝거리는 꽃을 반짝거리는 눈망울로 숨죽이며 지켜보게 되는 것이다. 지나치게 수사적인 표현은 독자의 감정을 해친다. 글이 가지는 가장 큰 힘은 상상력이다.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더하는 것이 아니라 뺄 줄 알아야 한다. 빼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묘사를 넣고, 객관적인 묘사에 이어지는 담백한 감정표현이 중요하다. 웃긴 이야기를 해 준다고 하면서 먼저 웃는 사람을 본 일이 있을 것이다. 그런 이야기는 대부분 웃기지 않다. 감정이 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표정으로 웃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정말 웃기다. 나의 감정을 오롯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글도 마찬가지다. 작가는 독자에게 감정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감정은 독자가 글을 읽으며 스스로 형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3. 말과 글은 뿌리가 같다.

  글을 쓰다보면 지나치게 번역투로 쓰게 된다.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번역되어있는 글을 많이 읽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우리 글로 쓴 글이 아니라 외국 문자로 쓰여있는 글을 번역해 읽었기 때문에, 그 번역투가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쓰는 말이 아니다. 우리가 실생활에서 쓰는 말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무엇을 했을 때, 우리가 무엇을 했다고 하지 무엇이 나에 의해서 되었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외국어를 번역하여 쓰는 등의 표현은 줄이는 것이 덜 오글거린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이 될 수 있겠다. 위에도 이야기했지만 나는 영미문학을 많이 읽었다. 그런 나에게서 나온 글이 어땠을 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아직은 이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지만, 내가 글을 더 잘 쓰게 되면 지금보다 많은 노하우가 축적될 것이라 믿는다. 어찌되었든 내가 지키려고 애쓰는 원칙은 위의 3가지다. 

  (혹시 자신만의 글쓰기 노하우가 있으신 분들은 전수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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