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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선생님 Nov 20. 2022

[영화 리뷰] 화려한 영화를 찍으려면 이정도는 되어야지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2022)

※이 글에는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직, 간접적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으시는 분은 영화를 보시고 읽어주세요!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저는 전문 영화 평론가나 영화 교육을 받은 사람이 아닙니다. 그저 영화를 즐기는 관객의 입장에서 쓴 글이니 양해바랍니다.

나의 평 : 화려하다. 화려하고, 지루하지 않다. 지루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정말 신선하다. ★★★★☆

  

  에브리띵 에브리에워 올 앳 원스. 한국어로 직역하면 '모든 것, 모든 곳이 한 번에! (혹은 모든 것, 모든 곳을 한 번에!)' 정도가 될 것이다. 제목만 보고는 어떤 내용이 펼쳐질 지 이해하기 힘들다. 나는 영화를 보기 전, 내용을 알고 가는 것도 신경쓰지 않기에 줄거리를 검색해본다. 

  멀티버스? 멀티버스가 나오는 영화라고 한다. 다중우주가 펼쳐지는 이야기라니, 어째 흔한 이야기일 것 같아 기대감이 확 사라진다. 과연 이 영화 재미있을까? 걱정을 가득 안고 영화관으로 들어선다.

  영화가 시작되고 '챕터' 가 눈에 띈다. 챕터로 나누는 방법이라, 쿠엔틴 타란티노와 비슷하다. 영화를 챕터로 나누어 제시하고, 각 챕터별로 이야기를 따로 진행시키는 감독은 매우 많지만 이렇게 대놓고 챕터라는 글씨를 표시하는 감독이라니. 눈길이 확 끌린다. 분명 영화를 이어가기에는 모험적인 방법임에 틀림없다. 유치해보일 수 있고, 아류작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거슬리지 않는다. 첫 번째 챕터가 시작되며 등장한 것은 동양인, 중국어. 대사는 중국어와 서툰 영어로 진행된다. 중국 이민자의 이야기를 다루는 주제와 서툰 영어가 현실감을 증폭시킨다.

  주인공은 세금 계산을 위해 애쓰면서도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애쓴다. 아버지를 만족시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눈물겹다. 그런데 이상하게 슬픈 마음이나 동정이 생기지 않는다. 중간중간 다른 상황이 터져나와서 그런걸까? 눈알이 붙어있는 세탁기, 여자친구를 소개하려는 딸, 이혼 서류를 들고있는 남편. 남편의 말을 계속 끊으면 남편을 무시하는 주인공의 뒤로 남편이 바람처럼 빠르게 움직인다. (굉장한 복선이었다.) 궁금증을 자아낸다. CCTV로 보여주는 연출이 굉장히 재밌었다. 직접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훔쳐보는 듯한 느낌을 만들어내는 것이 재밌다.

  남편은 속이 없다. 자신은 바빠 죽겠는데, 남편은 속이 없고 생각도 없는 듯 하다. 딸의 여자친구를 친한 친구로 소개해버리고, 딸은 화가 나 나가버린다. 여기까지는 전형적이다. 이런 영화나 드라마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줄거리 - 

  세금 계산을 위해 국세청 사무실로 올라가는 장면에서 본격적인 줄거리가 진행된다. 남편은 사실 '알파' 우주에서 온 요원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신선한 포인트가 등장한다. 다중 우주에서 기술을 빌려오기 위해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황당한 행동을 해야 한다. (남편은 립밤을 씹어먹고, 주인공은 기술을 빌려오기 위해 국세청 직원을 사랑해야한다.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사랑해야 한다.) 

  주인공은 점점 결투를 통해 강해진다. 새로운 자신과 접하고, 원래 가지고 있던 대단한 능력으로 손가락이 소시지인 우주와 접촉하는 등 엄청난 능력을 과시한다. 그러나 다른 우주와의 지나친 접촉으로 인해 주인공은 점점 다른 우주와 융합된다. 설상가상으로 주인공또한 강력한 적과 점점 동화되고 만다.

  영화는 진행되며 웃음이 터져나온다. 결투장면, 대사 장면에서 소소한 웃음이 계속해서 터진다. 나는 코미디 영화에서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인데도, 계속해서 웃음이 나온다. 소소한 유머는 줄거리 자체의 슬픈 분위기를 충분히 중화시킨다. '어머니와 딸, 아버지의 가족 신파'로 끝날 수 있는 이야기를 쉽게 신파로 이어가지 않는다. 울지도 않고, 슬퍼하지 않는다. 분명 슬픈 장면에 슬픈 대사가 이어지는데 흐뭇한 웃음이 나온다.

  이 영화는 화려한 색감과 뛰어난 구성을 자랑한다. 화면 전환에서의 부드러움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다른 장면이나 다른 우주로의 전환이 매우 부드럽다. 다른 우주에서 기술을 빌려오는 장면, 기술을 이식하는 장면은 <매트릭스>를 떠올린다. 재미있는 방법과 쿵푸를 이용해 결투를 벌이는 장면은 성룡이나 주성치의 홍콩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요리사의 머리를 쥐어뜯는 너구리 <라따구리>에서는 폭소가 터져나온다. 정말 B급의 감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끊임없이 자신이 B급 영화임을 어필한다. 색감은 터무니없이 화려하고, 주인공의 얼굴에 비치는 불빛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새로운 인생을 볼 때 주인공의 얼굴이 그대로 어린 자신에게 투영되는 괴기스러움까지. (신생아의 몸에 나이든 주인공의 얼굴은 정말 기괴하기 그지없다.) 기술을 빌려오는 방법은 황당한 행동을 하는 것이고 패러디도 상당히 들어가있다. 쿵푸를 이용해 싸울 때, 적들이 변신하는 방법이 조각상을 엉덩이에 집어넣는 행동이라니. 이렇게만 생각하면 정말 '병맛'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황당한 행동을 통해서 다른 우주와 접촉하다니, 정말 재미있는 발상이다. 흔히 우리는 여러 선택들이 모여 지금의 우리가 된다고 한다. 어제 한 선택이 달랐다면, 지금 다른 선택을 했다면. 이렇듯 다른 선택을 할 때마다 새로운 다중 우주가 생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선택을 황당한 행동으로 만들다니, 정말 재미있는 아이디어다. (이 설정은 후반부까지 계속 웃음을 잃지 않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신선하고 재미있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유려하고, 억지스럽지 않다. 설정은 판타지에 가깝지만 이해하는 과정이 복잡하거나 힘들지 않다. 관객은 아무것도 모르는 주인공과 동일 선상에서 이야기를 이해한다. 가족신파에서 끝날 수 있는 단순한 이야기를 재미있는 장치들을 이용해서 재미있고 화려하게 풀어낸다. 주인공이 다중우주에 빠진 장면을 연속적인 얼굴의 재생으로 표현하거나, 돌맹이를 이용하여 딸과 어머니의 관계를 그리기도 한다. 또 다양한 변신을 통해 싸우는 과정을 연결성있게 표현하는 방식도 놀랍다.

  공감가는 이야기를 공감가는 방식으로 새롭게 풀어낸다. 눈이 즐겁고, 마음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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