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인지 월드 (Strange World, 2022)
※이 글에는 영화 '스트레인지 월드'의 직, 간접적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는 분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조화와 화합에 대한 디즈니의 재미난 대답! ★★★★☆
디즈니 영화는 마력이 있다. 다양한 공주들이 나오는 이야기들부터, 공주가 아닌 인물이 나오는 애니메이션들 모두 각자 뿜어내는 마력이 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디즈니와 함께 자랐다. <라이온 킹>, <알라딘>, <피터팬>은 거의 대사를 외울 지경까지 보았고, <백설공주>는 아직도 누나와의 대화 소재로 쓰이곤 한다. (주로 첫 장면의 노래를 따라 하며 장난을 칠 때 사용한다.) 색다른 시각을 보여주었던 <말레피센트>도 있고 나이를 먹고 보았던 <모아나>는 아직도 내가 꼽는 최고의 영화 중 하나이고, (아직도 모아나가 돌을 주워 들고 힘차게 수영하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찔끔 나온다.) <겨울왕국>은 말할 것도 없다. 실사 영화로 개봉했던 <미녀와 야수>는 어린 시절 내 기억을 깨워주었다. (내가 좋아했던 <뮬란>은 실사영화로 보지는 않았다. 왠지 추억이 깨질 것 같은 무서움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디즈니 영화를 보면서도 실망한 적은 없다. 디즈니는 늘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사실 요즘은 디즈니 영화가 아닌 영화가 거의 없긴 하다. 그러나 내가 말하고자 하는 디즈니 영화는 디즈니 애니메이션들이다. 디즈니-픽사나, 마블 스튜디오가 아닌 디즈니 애니메이션!) 늘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아주 재밌고, 공감 가는 방식으로 던져주었다.
애니메이션 기법은 또 얼마나 대단한지! 화려한 화면에 귀여운 캐릭터, 다양한 연출과 음악까지! 부드러운 애니메이션에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잘 녹여내는 것이 디즈니가 가지는 최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굉장히 바람직한 방식으로 사회를 그리고 있다. 우리 사회는 굉장히 다양한 사람이 섞여있는 집합체다. 나는 요즘 혐오나 증오가 강해진다는 인상을 받고 있었다. (공감이나 포용, 관용이 점점 중요한 가치가 되어가고 있다.) ~충으로 대표되는 집단 혐오, 사연 하나 혹은 사진 한 장으로 시작되는 마녀 사냥, 끊이지 않는 악플과 남의 불행을 이용해서 조회수를 올려보려는 이른바 '사이버 레커'까지. 혐오가 만연한 시대를 살고 있다.
사람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고 다름을 존중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다름을 존중하는 것의 가장 궁극의 모습은 그저 자연스럽게 대하는 것이다. 다르다고 도와주거나, 관심을 과하게 가지는 것이 아니라 다르지 않은 사람들을 볼 때처럼 똑같이 봐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가 어린 시절, 학교에도 지적 장애를 가진 학생들에게 관대한 선생님들이 늘 있었다. 아이들이 침을 뱉고, 소리를 질러도 그저 못 본 체 할 뿐이었다. 그 선생님들은 나름 아이를 배려하신 것이지만 그것은 배려가 아니라 지적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무시하는 행동이다. (라고 생각한다.) 지적 장애를 가진 아이들도 지적 능력이 조금 부족할 뿐이지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 정도는 안다. 그런 지적 능력을 무시하고 그냥 못하는 아이로 치부해 버린 것이다.
우리는 예전에 늘 장애인을 보면 도와주라고 배웠다. 짐을 대신 들어주고, 길을 알려주고. 그러나 도와주는 것은 도움을 청할 때 해야 하는 행동이다. 먼저 도와주는 행동에 배려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도와준다는 행동은 너는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있다. (고 생각한다...ㅎㅎ)
이 영화에는 다양한 장애를 가진 인물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주인공의 강아지는 다리가 하나 없다. 잠깐 나온 엑스트라 중에서는 휠체어에 타고 있는 사람도 있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공통점은 불편한 모습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장애를 가진 사람도 장애가 없는 사람처럼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이상적인 미래의 모습을 보았다. 사회는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 장애를 가진 사람도 장애가 없는 사람의 도움이나 배려가 필요 없이 생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모습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과 즐거움을 주었다.
이런 사회적인 시선에 관해서는 인종도 빼놓을 수 없다. 다양한 인종이 등장해 가족을 이루고 조화롭게 살아간다. 마치 주인공 일행이 도착한 지하세계의 동물들처럼! 지하세계에는 다양한 동물들이 있고, 이 동물들은 조화롭게 살아간다. 서로 모양새가 다르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니까.
자연을 쉽게 파괴하는 인간의 모습, 자연을 극복하고 이용하는 모습에서는 환경문제가 떠오른다. 환경을 인간이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모습에서는 우리의 모습이 비쳐 보인다. 자원을 구하기 위해 탐험대를 꾸미는 설정만 봐도 그렇다. 자연은 인간이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인간에게는 큰 위기라고 생각한다.
가족 간의 세대 갈등은 또 어떤가. 주인공 일행은 끊임없이 다툰다. 할아버지에서 아버지로 이어지는 갈등이 아들에게까지 이어진다. 자신이 싫어하던 아버지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 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주제 의식이 비집고 들어온다.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시키는 것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 영화는 이런 다양한 갈등을 숨기지 않고 다룬다. 짧은 영화 시간 동안 모든 갈등을 빠짐없이 드러내 놓는다. 그리고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물론 만화적 상상력이 담긴 장면이긴 하지만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다양한 갈등을 하나로 잘 버무려 제공하고, 해결도 깔끔하다. 복잡하게 엉켜있던 다양한 갈등과 사회문제들이 하나로 해결되어가는 과정이 너무나 즐겁고 새로웠다. 마지막에 있는 작은 반전은 놀라움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디즈니는 대단한 창의력으로 100년의 시간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앞으로 100년이 더 기대되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