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보선생님 Nov 12. 2022

나는 어제보다는 조금 더 노련한 교사가 되었다.

  날이 맑다.

  인간은 학습의 동물이다. 학습은 반성에서 비롯되고, 발전으로 이어진다. 나또한 어제의 실수를 반성했다. 실수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오늘 새로운 방법을 적용했다. 그 결과는 꽤나 만족할 만 했다.

  내가 생각한 어제 수업의 가장 큰 문제는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을 미리 이야기해주지 않은 것이었다. 감정이 요동치고 있는 상황에서는 다른 말이 들리지 않는다. 외부의 자극은 모두 잊혀지고, 자신만 오롯이 남겨진다. 감정은 갈수록 강화되고, 감정은 곧 분출할 듯 부글댄다. 나는 어제 이것을 간과했다. 그리하여 오늘은 학생들을 수업 전에 미리 모았다. 아이들을 차분히 정돈시킨 뒤 아이들의 흥분을 잠재웠다. 아이들은 궁금하면서도 약간 긴장했다. 무엇때문인지 어떤 일인지는 몰라도 교사가 분위기를 정돈시킨다는 것은 아이들을 긴장케 한다.

  얘들아, 오늘은 수업 전에 할 말이 있어.

  아이들은 조금은 긴장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경기를 진행하다 보면 감정이 격앙되게 되어있어. 화도 나도 짜증도 나지. 내 말이 맞니?

  어떤 아이들은 조그맣게 '네' 하며 읖조리고, 어떤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지만 그 감정을 분출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야. 선생님에게나 다른 친구들에게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낸다면 오늘체육 수업은 앉아서 하는 활동으로 대체할거야. 내 말 이해했니?

  아이들은 다시 '네' 한다.

  그래, 재미있게 해보자.

  수업을 시작했다. 아이들은 얌전했다. 짜증을 내지도, 화를 내지도 않았다. 즐겁게 즐기되 지나치게 흥분하지 않았다. 흥분하려는 아이들에게는 나지막히 물었다.

  지금 짜증내는거니?

  아이들은 고개를 젓고는 얼른 게임으로 돌아간다. 나는 마음 속이 기쁨으로 가득 차는 것을 느꼈다. 내가 또 한 걸음 성장했구나. 아이들은 서로 싸우지 않았다. 싸우지 않고, 서로 원망하지 않았다. 나를 원망하지도, 판정에 불만을 제기하지도, 같은 팀 친구를 미워하지도 않았다. 게임에 오롯이 집중하고, 한 골 한 골에 열광하고 슬퍼했다. 오늘에야 아이들이 온전히 체육 활동에 집중하는 것을 느꼈다. 아이들은 승패를 초월했다.

  아이들은 나를 시험했다. 그러나 나는 시험을 이겨냈다. 나는 더 나은 교사가 되었다. 아이들을 오롯이 체육 활동 자체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방법을 알아냈다. 나는 어제의 나보다 더 나은 교사가 될 수 있었다. 아이들 덕분에.

작가의 이전글 나는 아이들에게 상처를 받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