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맑다. 간밤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는데 비가 왔는지 모르겠다. 땅이 말라있었다.
오늘은 출근길에 지각을 하게 되었다. 지각을 하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학교에 늦는 아이들에게 늘 시간 약속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나로서는 더더욱 그랬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학교로 가는 열차를 놓쳤기 때문이다. 열차는 긴 간격을 두고 왔다. 나는 타야할 열차를 놓쳤다. 그러나 앞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그 사이에는 수많은 나의 판단이 자리한다. 열차와 열차 사이에는 수많은 선택이 있었다. 나는 제때 일어나지 않았고, 오랜만에 아침을 먹었고, 운동을 했다. 그 중 하나라도 잘 지켜졌다면. 원래대로 일어났다면, 아침을 원래처럼 먹지 않았더라면, 운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원래 타야 하는 열차에 올라탔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잘못된 선택을 했다. 오늘은 늦고 말았다.
다행히 나는 담임 교사가 아니기에 큰 지장은 없었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도 없고, 내가 지켜야 할 교실도 없다. 수업 준비를 미리 해둔 덕택에 조금 늦게 갔지만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늦은 것은 늦은 것이다. 원칙을 어긴 것은 사실이고, 나는 큰 후회가 들었다. 더 일찍 일어나야겠다고 반성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