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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선생님 Nov 12. 2022

지각과 변명

  날이 맑다. 간밤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는데 비가 왔는지 모르겠다. 땅이 말라있었다.

  오늘은 출근길에 지각을 하게 되었다. 지각을 하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학교에 늦는 아이들에게 늘 시간 약속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나로서는 더더욱 그랬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학교로 가는 열차를 놓쳤기 때문이다. 열차는 긴 간격을 두고 왔다. 나는 타야할 열차를 놓쳤다. 그러나 앞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그 사이에는 수많은 나의 판단이 자리한다. 열차와 열차 사이에는 수많은 선택이 있었다. 나는 제때 일어나지 않았고, 오랜만에 아침을 먹었고, 운동을 했다. 그 중 하나라도 잘 지켜졌다면. 원래대로 일어났다면, 아침을 원래처럼 먹지 않았더라면, 운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원래 타야 하는 열차에 올라탔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잘못된 선택을 했다. 오늘은 늦고 말았다.

  다행히 나는 담임 교사가 아니기에 큰 지장은 없었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도 없고, 내가 지켜야 할 교실도 없다. 수업 준비를 미리 해둔 덕택에 조금 늦게 갔지만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늦은 것은 늦은 것이다. 원칙을 어긴 것은 사실이고, 나는 큰 후회가 들었다. 더 일찍 일어나야겠다고 반성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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