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 설명이 부여되지 않는다

by DJ

살다 보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불쑥 찾아오곤 합니다.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우리는 때때로 절망스러운 마음으로 그렇게 묻습니다. 아무리 곱씹어 생각해도, 애써 답을 찾으려 애를 써도, 명쾌한 해답이 주어지지 않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설명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는 상실과 아픔이 우리 삶을 찾아오는 것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우리는 알 수 없는 질문들을 품은 채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인생은 원래 그렇게 흐릅니다. 세상의 모든 일이 우리의 이해와 납득 안에 머물 수는 없습니다. 때로는 이유 없이 무너지고, 사랑하던 것을 잃어버리고, 아무 잘못도 없이 고통을 겪게 됩니다. 그런 일들이 찾아올 때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왜?" 그러나 아무리 간절히 묻더라도 세상은 쉽게 대답해주지 않습니다. 결국 우리는 모든 것을 이해하려는 욕망을 내려놓고, 설명되지 않는 것들을 조용히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만 합니다.


2011년, 일본을 강타한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피해를 남겼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었고,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그해,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스페인에서 카탈루냐 국제상을 수상하며, 자신의 수상 소감에서 '무상(無常)'이라는 개념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일본은 늘 자연재해의 위협 속에 살아가는 나라임에 대해 얘기합니다. 여름이면 거센 태풍이 몰아치고, 언제든 지진이 땅을 뒤흔들며, 활화산이 예고 없이 분출할 수 있는 위험을 품고 있는 나라라고. 그러나 일본인들은 그런 위험을 피하거나 부정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것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태도가, 그 무상을 인정하고 끌어안는 태도가, 그들의 일상을 더욱 강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만든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이야기는 비단 일본만의 것이 아닙니다. 우리 한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분단된 현실 속에 살고 있습니다. 전쟁이 언제 다시 터질지 알 수 없는 긴장 속에서도, 우리는 아침이면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고, 높고 복잡한 건물들 안에서 일하며, 여전히 내일을 계획합니다. 위험과 불안이 곁에 있음을 알면서도, 그것에 휘둘리지 않고 묵묵히 삶을 이어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무상을 받아들이는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세상에 없습니다. 모든 것은 흘러가고, 언젠가는 사라집니다. 사랑하는 이들도, 소중한 시간들도, 눈부신 순간들도 영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삶은 더욱 빛납니다. 벚꽃이 그렇게나 아름다운 이유는, 그 찬란한 순간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가 알기 때문입니다. 가을 단풍이 그렇게 황홀하게 느껴지는 것도, 곧 스러질 운명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끝이 있다는 사실이 순간을 더욱 소중하게 만듭니다.


삶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예기치 않은 순간들이 우리를 찾아올 것입니다.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괴로울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시간들을 지나오면서 우리는 더욱 깊어지고, 더욱 단단해집니다. 무상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포기하거나 체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삶을 더욱 사랑하는 방식입니다. 언젠가 끝이 있음을 알기에, 우리는 오늘 이 순간을 더욱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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