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의 역설

by DJ

저는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평일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 일터로 향하고,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하루를 바쁘게 살아갑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보내다 보면, 문득 다가오는 주말이 기다려집니다. ‘이번 주말엔 책도 좀 읽고, 글도 한두 편 써야지’라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퇴근 후 짧은 시간 틈틈이 책을 읽거나 메모장에 생각을 정리할 때면, 짧지만 진한 만족감이 따라옵니다. 그래서 주말에는 그 시간이 더 길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생깁니다.


하지만 막상 주말이 되면 마음처럼 쉽게 움직여지지 않습니다. 책은 손에 잘 잡히지 않고, 오히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허투루 보내기 일쑤입니다. 그렇게 계획했던 시간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흘러가고, 어느새 하루가 끝나 있습니다. ‘여유’라는 선물이 때로는 ‘무기력’이라는 그림자를 드리우는 순간입니다.


운동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입니다. 평일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운동하러 나가는 일은 쉽지 않지만, 일단 움직이고 나면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그런데 주말이 되면, 오히려 ‘시간이 많으니 좀 이따가 가자’며 미루게 되고, 결국 가지 못하는 날이 더 많아집니다. 시간적 여유가 반드시 실천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자주 실감합니다.


한 심리학 연구에서 '자유 시간이 하루 7시간을 넘으면 오히려 행복감이 떨어진다'와 같이 분석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더 많은 자유 시간이 주어진다면, 원하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으니 당연히 더 행복해질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 삶을 돌아보면 그 말은 점점 더 설득력을 갖습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는 존재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 오래 머물 수 없습니다. 시간은 넘치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는 순간, 우리는 오히려 불안하고 무기력해집니다. 결국 ‘시간의 여유’보다 중요한 것은 ‘의미 있는 사용’입니다. 시간을 어떻게 채우느냐가 우리의 만족과 행복을 결정짓습니다.


게으름은 짧은 안락함을 줄 수는 있지만, 오래 머무르면 불편함과 후회를 남깁니다. 좋아하는 일과 편하기만 한 일은 다릅니다. 진짜 기쁨은 좋아하는 일 또는 어려운 일에 몰입함에서 옵니다. 스스로 움직이고, 무언가에 집중하며, 나를 한 뼘 더 성장시키는 경험에서 오는 만족이 진정한 기쁨입니다.


행복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평온 속에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피곤하고 귀찮을지라도, 그것을 극복하며 나아가는 과정 속에서 더 깊이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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