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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의 기술, 위임

by DJ

리더는 때때로 구성원에게 업무를 위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합니다. 위임이라는 말은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위임을 하지 않으면 리더 혼자서 모든 일을 감당하느라 바빠질 뿐 아니라, 구성원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됩니다. 반대로 위임이라는 이름 아래 방임에 가까운 태도를 취하면, 업무의 질이 떨어지고 위기 대응도 늦어지는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첫째, 위임은 회사의 성숙도에 따라 방식이 달라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 스타트업 CEO는 “자신은 마케팅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마케팅을 전담하는 임원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하고 일절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임원이 갑작스럽게 회사를 떠나자, CEO는 어떤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지 몰라 큰 혼란을 겪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조직의 규모가 작고 스타트업처럼 구조가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리더가 다양한 업무를 먼저 직접 경험해 본 뒤에 위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한 위임 이후에도 해당 업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계속 이해하고 파악해야 합니다. 작은 조직일수록 인력에 여유가 없기 때문에, 리더의 이해도와 관심이 더욱 중요합니다.


반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성숙한 대기업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전문성이 있는 리더에게 업무를 맡기고, 일정 수준 이상 자율적으로 운영해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해당 리더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대체 가능한 인력이 충분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위임에 대한 흔한 오해 중 하나는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일수록 과감히 맡겨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반대일 수 있습니다. 특히 회사의 규모가 작고 인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는 오히려 리더가 잘 아는 분야를 위임하는 것이 더 안전합니다. 자신이 이해하는 업무는 진행 상황을 통제하고 교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위임은 모니터링과 반드시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위임했다고 해서 손을 완전히 떼는 것은 아닙니다. 모니터링이란 리더가 구성원의 판단을 대신하고 간섭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애초에 세운 목표와 계획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업무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구성원 각자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리더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셋째, 위임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평상시에는 구성원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위임의 폭을 넓히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비상 상황이나 위기 상황에서는 리더가 직접 챙기고, 빠르게 판단하고 지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창의성과 자율성보다는 신속하고 명확한 실행력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구성원의 역량이나 경험에 따라 위임의 방식은 달라져야 합니다. 어떤 구성원은 자율적인 환경에서 성과를 내고, 어떤 구성원은 명확한 가이드가 있을 때 더 잘 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위임은 단순히 일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리더십의 중요한 기술입니다. 조직의 규모와 성숙도, 상황의 긴급성, 구성원의 특성을 고려해 유연하게 위임을 운영할 수 있는 리더야말로, 구성원을 성장시키고 조직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리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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