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조직을 이끄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 리더 위에는 또 다른 리더가 있다. 대기업의 CEO 위에 회장이 존재하듯, 대부분의 조직에서 리더는 상사와 함께 일하게 된다. ‘리더는 곧 최고 결정권자’라는 인식은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실제로 많은 리더들은 위의 상사와 아래의 구성원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그렇다면 리더는 상사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할까? 예전에는 상사를 '주군'처럼 섬기던 시대도 있었다. 반대로 최근에는 상사를 '파트너'로 인식하자는 목소리도 많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파트너라기엔 수직적 권한이 명확하고, 주군이라기엔 시대가 달라졌다. 그 사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관점이 있다. 상사를 ‘고객’처럼 관리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첫번째, 상사의 성향과 스타일을 이해하라. 리더라면 자신이 이끄는 팀원들의 성격과 일하는 방식을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정작 상사에 대해서는 그러한 노력을 게을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상사 역시 사람이다. 사람마다 사고방식과 의사소통 방식, 선호하는 일 처리 방식이 다르다.
내향적인 상사는 신중함과 사전 정보 제공을 선호하고, 외향적인 상사는 빠른 피드백과 대화형 소통을 즐긴다. 꼼꼼한 상사는 세부 사항에 민감하고, 큰 흐름을 중시하는 상사는 방향성과 결과에 집중한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이 ‘바꿀 수 없는 전제’라는 점이다. 상사를 바꾸려고 하지 말고, 그에 맞게 나의 방식과 전략을 조율해야 한다.
예컨대, 일일이 챙기고 지시하는 마이크로 매니징 스타일의 상사라면, 질문을 받기 전에 선제적으로 자주, 구체적으로 보고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반대로 큰 방향만 제시하고 세부는 위임하는 상사라면, 자주 피드백을 요청하고 이슈 발생 시 먼저 공유하는 것이 좋다.
두번째, 상사의 관심사를 파악하라 성과는 조직 전체의 언어이다. 하지만 그 성과가 전달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상사 또한 자신의 성과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조직 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싶어한다. 따라서 리더는 자신의 성과를 상사의 관점에서 다시 번역할 줄 알아야 한다.
상사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을까? 상사는 그 위의 리더에게 어떤 점을 보여주고 싶어할까?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부서의 성과를 상사의 전략과 연결시키는 것이다. 그 성과가 상사의 기대와 맞아떨어진다면, 그는 더 큰 지지를 보내줄 것이다. 단순히 '우리 부서가 잘하고 있다'가 아니라, '이 성과가 상사의 전략을 실현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성과는 단순한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전달의 기술이다. 상사의 언어로 말할 수 있을 때, 당신의 성과는 더 크게 인정받을 수 있다.
세번째, 상사와 신뢰를 쌓아라. 조직은 결국 사람으로 움직인다. 시스템이 아무리 정교하더라도, 사람 간의 신뢰와 유대가 없는 조직은 취약하다. 상사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감정적으로 완전히 중립적인 상사는 없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익숙한 사람, 자신에게 충성된 사람에게 마음이 끌린다.
여기서 말하는 충성은 무조건적인 복종이나 아첨이 아니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신뢰와 존중, 그리고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 메시지다. 반대로, 항상 토를 달고 자신만의 논리를 앞세우는 사람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상사의 마음을 얻기 어렵다. 기본적인 신뢰와 유대가 쌓인 상태에서 의견을 제시하고, 이견을 조율할 수 있어야 진정한 ‘관계의 리더십’이 가능하다.
상사는 리더의 중요한 ‘관리 대상’이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이렇게 말했다. “상사를 좋아하거나 존경하거나, 혹은 미워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를 적절하게 관리해 당신의 성공에 도움이 되게 하라.” 리더의 시선이 구성원만을 향할 때, 조직은 한 방향으로만 움직인다. 그러나 상사의 시선을 읽고, 그를 파트너이자 고객으로 인식하며 적절히 관리할 수 있다면, 더 넓은 시야에서 조직을 이끌 수 있다.
상사는 협력자이자 관찰자이며, 동시에 나의 리더이다. 그를 이해하고, 그에 맞춰 소통하고, 신뢰를 쌓는 일은 결국 나의 리더십을 완성시키는 중요한 퍼즐 한 조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