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4시 30분, 세상이 아직 잠들어 있는 시간에 하루가 시작됩니다. 따뜻한 물 한 잔으로 몸을 깨우고, 감사 일기와 독서, 팔 굽혀 펴기, 중국어 공부 10분으로 잠시 자신을 다듬는 시간을 가진 뒤 나는 다시 일터로 향합니다. 5시 50분이면 이미 출근 버스에 올라타 세상보다 조금 빠르게 하루를 열어갑니다. 하루의 태양이 완전히 떠오르기도 전에 나는 내 삶의 엔진을 돌리고 있습니다.
일은 내 삶의 중심에 있습니다. 저녁 7시 반, 혹은 8시 반에 퇴근할 때면 몸은 무겁고 지쳐 잇습니다. 집에 돌아오면 잠시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자기 전 휴식이 주어집니다. 그 짧은 쉼은 하루를 견디게 하는 작은 안식처이자, 다음 날을 준비하는 충전의 시간입니다. 그리고 9시, 또 다시 잠자리에 듭니다. 그렇게 하루가 닫히고, 다시 4시 30분에 새로운 하루가 열립니다.
주말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요즘 주 5일이 일상화되고 주 4일 얘기도 나오지만 현장은 주 6일 쉴 새 없이 돌아가기에, 나는 여전히 출근길에 오릅니다.
‘나를 위한 시간은 언제인가?’
이 질문이 문득 고개를 듭니다. 주말 이틀 중 하루, 그나마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라 부를 수 있지만 그마저도 가족과 함께 흘러갑니다. 그렇다면 내 인생에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은 존재하는가.
어쩌면 나의 인생은 일에 잠식되어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보면 일은 나를 소모시키고 있는 걸까?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일은 단지 나의 시간을 빼앗는 존재만은 아닙니다. 그 일 덕분에 나는 가족을 지키고, 내가 세운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섭니다. 일은 나를 단련시키고, 성장시키며, 내 안의 가능성을 현실로 바꾸는 통로가 됩니다.
가족이 아무리 서로를 사랑하고 이해한다 해도, 돈이 전혀 없는 세상에서 그 사랑을 지켜낼 수 있을까요? 일은 그 사랑의 기반이자, 삶의 토대입니다. 나는 일에 나를 바치지만, 동시에 일은 나를 완성시킵니다. 그 속에서 나는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며, 매일의 반복 속에서 조금씩 단단해집니다.
일은 소모가 아니라 연마, 소진이 아니라 성숙해지게 만듭니다. 일은 나를 깎아내는 동시에 나를 빛나게 만듭니다. 결국 인생은 ‘일하는 시간’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 안에는 ‘살아가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나는 그 시간을 통해 오늘도 나 자신을 완성시켜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