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18년 가까이 시간을 보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조직 안에서의 위치가 변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업무를 간접적으로 따르는 후배들이 생기고, 시간이 더 흐르면 내 지시와 피드백을 직접 받는 후배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합니다. 누군가의 ‘선배’나 ‘리더’라는 위치를 처음 맡게 되었을 때, 특히 갓 입사한 신입사원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각 후배들의 커리어 로드맵을 작성하고, 일하는 자세에 관한 일종의 10계명을 작성해 건넸습니다.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하도록 돕고자 했고, 그 과정에서 일정한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일수록 나는 중요한 사실 하나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나는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들과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내가 배우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지시를 어떻게 명확하게 전달해야 하는지, 피드백은 어떤 방식으로 해야 효과적인지, 사람마다 다른 성향과 상황에 따라 소통을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지 이 모든 것은 후배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몸으로 익히는 배움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나만이 ‘가르침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더 많이 배우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내가 후임이었을 때 저질렀던 실수들이 후배들의 행동을 통해 다시 떠오르기도 하고, 그들이 나보다 더 뛰어나게 해내는 부분을 보며 자연스럽게 배우고 감사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후배들의 성장은 단순히 나의 지시와 조언에서 비롯된 결과가 아니라, 그들이 가진 개성과 능력이 드러나는 과정이고, 나는 그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그들로부터 다시 배움을 얻습니다. 후배가 늘어날수록 각각의 특성과 강점이 확연히 드러나고, 나는 그에 맞춰 업무 지시 방식과 피드백의 톤을 조절하려 노력합니다. 누군가는 세세한 설명을 더 필요로 하고, 다른 누군가는 넓은 방향성을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일 때가 있습니다. 나이나 직급, 경험의 깊이에 따라 요구되는 소통 방식은 다르며, 이를 파악하는 일은 시간이 걸리지만 그만큼 가치 있는 과정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며 나는 후배를 지도하는 일이 단순히 ‘전달’의 작업이 아니라 ‘상호 작용’의 과정이라는 사실을 깊이 체감했습니다. 마치 정원사가 식물을 돌보면서 동시에 토양과 계절의 변화를 배우듯, 후배를 가르친다는 일 역시 나를 단련시키고 확장시키는 경험이었습니다. 사람을 이해하는 법, 상황을 해석하는 법, 그리고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하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깨닫는 법, 이 모든 것이 후배들과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얻은 값진 배움입니다.
결국 후배를 가르치는 일은 회사가 나에게 부여한 또 하나의 성장의 장이 되었습니다. 그들을 지도한다는 이유로 내가 한 단계 위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과 함께 한 단계씩 성장해 나가고 있음을 진심으로 느끼게 됩니다. 이 배움은 책이나 강의에서 얻기 어려운 생생한 경험이며, 조직이 내게 선물한 또 다른 배움의 기회입니다. 나에게 주어진 이 역할은 책임이자 기회이며, 앞으로도 나는 그 속에서 계속 배우고 성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