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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켜주는 가족

by DJ

가족은 나에게 어떤 존재일까요. 나는 가장이라는 이름 아래 가족을 먹여 살리고 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돈을 벌어오는 역할이 곧 가장의 책임이라고 오랫동안 믿어왔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그저 돈을 버는 것만으로 내가 가족을 책임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질문 앞에서 나는 쉽게 답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내게 가족이 없다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단순한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은 내가 지켜야 할 대상이기 이전에, 오히려 나를 지켜주는 존재입니다. 내가 흔들릴 때 방패가 되어 주고, 내가 지칠 때 다시 일어설 힘을 주며, 내가 온전히 일과 인생에 몰두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울타리가 되어 줍니다. 나는 그들의 보호를 받으며 하루를 견디고, 그들 덕분에 긍정적인 마음을 다시 세웁니다. 어쩌면 가족이야말로 내가 앞으로 걸어갈 수 있도록 발밑을 비추는 작은 등불 같은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얼마 전, 딸아이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은 적이 있습니다.
“아빠가 100점을 받을 만큼 열심히 노력했는데, 겨우 80점밖에 못 받았어. 그래서 기분이 좋지 않네.”
그 말에 딸아이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이렇게 답했습니다.
“70점이 아니고 80점이잖아. 80점이면 잘한 거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돼.”

그 한마디가 나의 생각을 다르게 만들었습니다.

나는 지금 내가 가진 점수, 내가 가진 오늘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더 노력했으니 더 받아야 한다는 생각, 그 욕심이 나를 조급하게 만들고 있었고, 나는 그 조급함을 당연한 성실함으로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인생은 바람을 타고 움직이는 돛단배와 같습니다. 바람이 부족하다고 노를 부러지게 저어 본들, 오히려 방향을 잃기 쉽습니다. 때로는 바람이 불어오는 속도와 방향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균형을 잡아야 배는 더 멀리, 더 안정적으로 나아갑니다. 나는 지금 바람을 원망하며 노만 있는 힘껏 젓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그러나 딸아이의 말은 마치 잔잔한 물결처럼 내 마음을 고르게 했습니다. 현재를 바라보는 새로운 방향을 가리켜 준 것입니다. 내가 받은 80점은 결코 모자란 점수가 아니었습니다. 그 점수는 내가 견딘 날들, 내가 쌓아온 노력, 그리고 가족이 함께 만들어 준 하루의 결실이었습니다.


가족은 내가 책임지는 존재가 아니라, 나와 함께 인생의 무게를 나누어 드는 동반자입니다. 그들은 나를 비추고, 밀어주고, 감싸 주며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이끌어 줍니다. 나는 그저 ‘가장’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한 사람’입니다. 내가 가진 것을 보며 부족함을 따지는 사람이 아니라, 가진 것 속에 깃든 사랑과 응원을 먼저 볼 줄 아는 사람이 되겠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나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 가족에게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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