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시리즈 6
2025.7.20일 Writing By KANG DI
92학번으로 대학에 입학했고, 한때 14년간 의대교수였고, 대학졸업후 28년간 의사로 살아오고 있다.
코로나가 지나갈 무렵인 2022년, 나는 다시 공부를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2019년 혁신에 대한 책을 읽던 중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위즈덤하우스)'를 읽었던 것이 계기가 되었다.
츠타야(TSUTAYA, 蔦屋)는 일본의 유통회사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CCC)이 운영하는 서점이다. 단순히 책을 파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음반, DVD, 책, 가전제품 등을 렌탈하고 판매하는 매장이다. 과거의 비디오·책 대여점과 비슷한 곳으로, 일본에서는 대여점 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브랜드다. 현재는 단순한 렌탈샵을 넘어서 '라이프스타일을 판다'는 개념을 제시하며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나무위키에서
이 책에서 만난 짧은 문장 하나가 내 인생을 바꿨다.
'다시 찾고 싶은 공간을 만든다는 것'
공간이 있고, 그 공간에 사람들이 찾아오는데, 그것이 의도된 것이라고? 의학적 사고로만 살아온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일상의 공간에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것이 건축가나 건물주가 의도한 결과라니! 우연히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게 아니라는 말이었다.
2021년, 나는 이 책을 두 번째로 다시 읽은 후 공간을 공부해보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새로운 도전의 시작
현업을 병행해야 했기에 일반대학은 어려웠다. 방송통신대학교를 알아보던 중, 고등학교 친구가 사이버대학을 추천해주었다. 내가 공부하고 싶었던 것은 정원, 공간, 건축물이었다. 건축학과에 가면 되겠지만, 오프라인 대학에서는 일과 공부를 병행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사이버대학 중 관련 학과가 있는 곳들을 찾아보았다.
마침 한 사이버대학에 관련 학과가 있어 입학요강을 확인했다. 사이버대학은 최종 졸업장과 자기소개서 정도만으로 진학이 가능했다. 왜 이 대학에 오고 싶은지를 자기소개서에 적어야 했다. 경쟁이 있는 과라서 혹시나 대학을 이미 졸업했고 직장도 있는 내가 탈락할까 싶어 정말 열심히 적었다.
대학을 졸업했기에 3학년 편입도 가능했지만, 무슨 도전 정신이 발동했는지 그냥 1학년부터 시작하기로 하고 서류를 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교양과목을 들으면서 최근 화제가 되는 과목들을 많이 수강할 수 있었다. 인공지능과 관련된 미술, 음악, 영상편집 등등 말이다.)
2023년 초, 대학 입학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1992년 의대에 합격했을 때만큼 기뻤다. 이게 뭐라고...
2025년 7월 현재, 나는 대학 3학년 1학기를 마쳤다. 지난 2년 반 동안 수업을 따라가느라 꽤 힘들었다. 나이가 들어 책을 보고 인터넷 수업을 하니 눈이 침침하고 아팠고, 오래 앉아 있기도 힘들었다. 수업 내용도 금세 까먹고, 새로운 학문을 공부하다 보니 생소해서 무슨 말인지 2-3번 정도 반복해서 들어야 이해가 되었다.
20대에 철없이(!) 마구 공부하던 때를 기억하고 시작한 공부였지만 그리 쉽지 않았다. 한 학기에 5-8과목을 들어야 했는데, 처음에는 매일 퇴근하고 저녁을 먹은 후 공부를 하다가, 어느 순간 하루하루 하던 것이 밀려서 주말에 몰아서 수업을 듣는 일이 다반사가 되었다.
하지만 '공간'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공부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 도면도 그려보고, 공간을 글로 해석해보고, 과제를 하느라 여행도 다니기도 했다.
유연한 사고의 중요성
50세가 훌쩍 넘어 내가 경험한 세상사를 보면, 대개의 사람들은 아무리 유연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도 40세쯤 되면 자신의 생각을 잘 바꾸지 않게 된다. 50, 60세가 되면 더욱 자신이 살아온 방식대로 생각이 고정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우리나라 평균 수명 80-90세를 기준으로 하면, 인생의 절반을 살아올 때쯤 유연한 생각을 버리게 되는 것이다.나도 물론 나름의 유연한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인들과의 대화 속에서 내가 내 생각을 고착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곤 한다.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것'
새로운 공부를 하면서 자주 떠오르는 명제다.
늦은 나이에 공부를 새로 한다는 것 자체가 혁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파괴적 혁신은 내 생각을 바꿔서 나의 삶을 유연하게 대처하게 하는 것이다. 그것이 인생에서의 진정한 파괴적 혁신이 아닐까?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의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서도 삶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한 방향으로 바라볼지, 두 방향으로 바라볼지, 아니면 다방면으로 바라보고 해석할지 말이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3학년 편입이 가능했지만 무모하게도 1학년으로 입학했다. 정말 무모하게도! 결국 교양과목을 더 많이 듣게 되었는데, 이것이 나에게는 더 큰 도움이 되었다. 잡다한 상식도 늘어났고, 최신의 재미있는 것들도 경험하게 되었다. 인공지능을 통한 사진 편집, 영상 편집, 인공지능의 발전 등을 알게 되었다. 세상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새로운 공부를 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2024년 12월 겨울, 인공지능과 관련한 건축학과 특강이 있었다. 교수님이 '건축과 인공지능'이라는 주제로 인공지능으로 만든 공모전 작품을 소개해주셨다. 단 6개월 사이에 건축학계에도 엄청난 변화가 있었는데, 더 놀라운 것은 이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가 지난 6개월 동안의 변화가 이제는 1달 간의 변화로 엄청나게 빨라졌다는 이야기였다.
그때부터 나는 인공지능을 직접 경험하기 시작했고, 불과 7개월 만에 수많은 놀라운 경험을 해오고 있다.
나의 두 번째 대학 경험이 앞으로 내 인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나도 상상하지 못한다. 다만 지금 이 순간, 두려움 없이 즐겁게 세상의 변화를 마주하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앞으로 두 학기만 더 수업을 들으면 졸업이 가능하다. 무사히 두 번째 학사학위를 받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