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대표하는 섬, 오륙도.
용호동 끝자락에서 바다를 향해 뻗어나간 다섯 개의 작은 섬이다.
바라보는 각도와 시간에 따라 여섯 개의 봉우리가 보이기도 한다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이곳은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섬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동해와 남해를 가르는 경계점이기도 하다.
두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서 오륙도는 긴 세월 동안 묵묵히 자리를 지켜왔다.
부산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지만, 정작 오륙도와 마주한 것은 2017년이 되어서였다.
어느 날부터인가 이른 출근길이 달라졌다.
조금 일찍 집을 나서서 바닷가로 향했다.
하루하루, 오륙도를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아침마다 달라지는 오륙도의 모습은 신비로웠다.
안개에 싸여 희미하게 드러나는 날도 있었고,
맑은 햇살 아래 또렷하게 윤곽을 드러내는 날도 있었다.
때로는 거친 파도가 섬을 감싸고, 때로는 잔잔한 물결이 섬 주위를 맴돌았다.
사진을 정리할 때면 자연스럽게 흑백으로 편집하게 되었다.
컬러 사진도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었지만,
거친 파도 속에서도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오륙도의 의연함은
흑백으로 표현될 때 더욱 깊이 있게 다가왔다.
세월의 무게와 자연의 위엄이 단색의 톤 안에서 더 강렬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오륙도는 내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매일 아침 만나는,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작은 경외로움을 가지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