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딸. 힘들면 잠간 쉬어도 돼.

네 몸 안의 숨을 모두 내뱉어볼래?

by 세상과 마주하기

수영을 처음 시작할 때다. 아무리 해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제자리다.

연습, 또 연습을 통해 팔과 다리는 내 마음인데 이놈의 숨이 도저히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났다.


철인 3종연습을 하러 바다수영을 하러 나갔다. 아직 바다에 익숙하지 않을 뿐 아니라 짠 바닷물도 나를 당황하게 한다. 억지로 바닷물을 마시지 않기 위해 숨을 몰아 쉰다. 조금 뱉고 조금 마시고...... 숨이 더욱 가빠오고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나를 뒤에서 escort 해 주시던 박영일 사장님이 나에게 외친다.


‘강 선생, 숨을 충분히 내뱉고 숨을 들여 마셔야지’

‘숨을 모두 내뱉지 않으면 들여 마실 수가 없어’


‘ 아.. 그렇구나...’


그런데 알고도 숨을 내뱉을 수가 없다.

나는 아직 내 몸 안의 숨을 모두 내뱉는 법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숨을 많이 들이마시는 방법만 생각했지 내뱉는 방법을 배우지 않았다.

그 누구도 가지는 법에 대해서만 알려주었지 버리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그리고 나도 알려고 하지 않았다.


이후로 수영을 하면서 숨 들이마시기가 아닌 숨 내뱉는 연습을 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 팔과 다리의 속도를 줄이고 내 숨을 모두 내뱉고 나서야 다시 팔다리를 저을 만큼 천천히 수영을 해 보았다. 몸이 무척이나 편안하다. 그리고 이제 1년 정도가 지났다. 수영을 하며 숨이 가파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아직 수영장 옆 라인의 초등학교 수영선수에 비하면 속도가 느리니까 뭐라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속도를 내도 숨이 가빠서 쉬는 경우는 없다.)


2006년 여행 때 묵었던 파리 민박 방명록에 적혀 있었던 글이다.

대학교에 막 입학하고 나서 여행을 시작한 어느 젊은이의 글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많은 것을 얻기 위해 여행을 시작했다.

그런데 여행 초반부터 버리는 것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가방이 무거워 겨울옷을 버렸고, 몸이 지쳐 관광을 포기했다.......

아마도 얻기 위해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버리기 위해 여행을 하는 것 같다.

한국에 돌아갔을 때 새로운 것을 넣기 위해...’


이후로 여행은 버리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일상으로 돌아온 다음에는 또 무엇인가에 집착을 하며 살아왔다. 누군가가 인생은 여행이라고 했던가.. 두려움에, 설렘에 떠나는 내 인생 여행에 몸안 가득히 무엇인가를 넣어서 시작을 하니 힘만 들고 새로운 그 어느 것도 나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오늘 또한 내 인생의 여행 첫날이다. 비우기를 하고 출발하려고 한다. 그러면 내가 그렇게 원하던 설렘이 또 나에게 다가오지 않을까?


딸...

네가 삶을 살아가면서 정말로 숨을 쉴 수 없다고 생각될 만큼 힘이 들거든 용기를 내어서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걸어보기 바란다.

그리고 세상에 너의 숨을 내뱉어보길....

그러면 네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소중하고 더 멋진 일들이 너에게 다가올 것이다.

네가 너에게 주는 아주 멋진 선물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2015년 12월 1일


P4050023.JPG 2004 4 5 올림푸스 카메라


keyword
이전 06화딸.. 너는 정말 멋진 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