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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

by 세상과 마주하기
2012 4 14 부산 문현동 벽화마을에서(지금은 사라진 마을이다.) Canon T1i


아이가 커가는 것을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내 아이는 행복할까?’


아이와 여행을 다니면서 느꼈던 것이 있다.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잘 실천이 안 되는 말이기도 하다.


부모들은 자신이 행복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아이들은 결코 행복하지 않은 생활을 경험하지 않게 하기 위해 그것이 출세, 성공이라고 믿는 것을 향해 달리도록 강요한다. 자신이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전교 1등이 마치 행복인 것 마냥... 공부를 잘하고 좋은 대학을 가기만 한다면 자신이 겪고 있는 불행(?)을 다시는 겪지 않을 거라고 믿으면서.. 하지만 아이들은 지금이 너무 불행하다고 느끼고 그리고 그 불행이 평생 동안 지속될 거라는 것을 부모들은 알지 못한다.


사람은 자신이 본 것, 들은 것, 느낀 것이 모든 것이라고 믿고 살기에 어려서 행복이란 것을 경험해 보지 못하면 성장해서도 행복을 경험하지 못한다. 아니 행복한 상황에서도 그것이 정말 행복한 순간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지나쳐갈 수 있다.


아이와 여행을 하면서 항상 행복한 이야기를 해준다. 평소에 주절이 주절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없는 탓에 여행을 가서 걸으면서 많이 이야기하는 편이다.... 나에게는 여행이 아이와의 교감의 시간인 것이다. 그래서 얼마 전 아이와 다툼을 한 후 카톡에다가 이렇게 남겨 놓았더니 예상하지 못한 답변이 와서 적잖이 당황한 적이 있다.


나:

아빠는 네가 1등을 하기보다는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 최고가 되는 것과 최선을 다한 것은 다른 것이거든.. 최선을 다 한다는 것은 혹 좋지 못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후회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야.. 아빠는 네가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기를 원한다.


인생은 재미있지만 어렵고 힘든 것이다.. 아빠가 가족과 함께 산을 가고, 걷고, 여행을 하는 것은 네가 이다음에 커서 힘든 일을 하다가 지쳤을 때 네가 쉬어갈 수 있는 여유를 배워주고 싶어서야...


딸:

여행은 자주 안 했으면 좋겠고, 많이 안 걸었으면 좋겠어.. 아빠가 살구 놀이를 해주면 좋겠고...


그래도 아직은 한 번도 아이에게 공부 잘하라고 말해본 적이 없다. 시험을 잘 못 쳐도 방글방글 웃고 있는 아이를 보며 안타까워한 적도 없다. 다만 자신이 너무 많은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알지 못하는 딸아이가 앞으로 천천히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길 원할 뿐이다.



김정운 교수가 적은 글에서 이런 문구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정으로서의 행복론을 가진다고 할지라도 그리 쉽게 행복해질 수 없다.

자기가 재미있어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재미가 없다는 사실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어디 가면 재미있어요?.... 무엇을 재미있어하세요?

그리고 그 엄마들은 쉰 살이 되면 바다를 보겠다고 집을 뛰쳐나간다.

자식들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는데 내 인생은 어디 갔느냐고 바다를 보며 통곡한다.

부모가 재미있어야 아이들도 행복해진다.

사소하게 즐겨야 한다.

저녁식사 후 아이들과 손잡고 나서는 산책이 행복하고 아내와 밤늦은 시간에 함께 마시는 포도주 한잔이 즐거워야 한다.



2012.10.28 허리케인 Sandy 가 다가오는 워싱턴 DC에서

(동현이, 종헌이, 은정이, 솔이를 스미소니언 자연사 박물관에 잠시 놓아두고 나만의 여유를 가지며)


* 이 글은 아이가 12살 되던 해 적은 글이다.


** 내 기억이 맞다면 나는 이 시기에 항상 행복의 조건이 뭔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대체 행복은 어디에 있는 거야~~~~

나 또한 답은 없는 걸 알고 있었고, 현재도 그 답을 찾아가고 있다.

찾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답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 그래도 더 찾아가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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