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충분히 그것을 해결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
지금 이 순간 How will you measure your life?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읽게 된 것에 너무나 큰 감사를 한다. 내가 고민하던 것의 많은 부분을 해결했기 때문이다. 더더군다나 세계적인 대가의 이론을 바탕으로..
얼마 전 있었던 일이다.
아이는 학교의 과제를 하고 있었다. 모둠활동을 통해 몇 명의 아이들과 함께 주제를 정하고 그와 합당한 내용을 인터뷰를 하는 것이었다. 이런 유사한 작업을 몇 번 해왔기에 그냥 잘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을 했다. 아이들은 동네의 의사 선생님을 주제로 하여 인터뷰도 하고 이와 관련된 자료도 찾았다. 몰래 보기는 했지만, 아이가 친구들과 함께 만들어 두었던 파워포인트 파일도 확인해 보았는데 너무 잘 만들었다. 인터뷰 동영상 파일이 없기는 했지만 추가하겠지 하고 별로 마음에 담아 두지 않았다. 이미 아이들이 인근 소아과 선생님과 인터뷰를 한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날 저녁 문제가 발생했다. 내가 생각해도 엄청난 문제가... 발표는 4일 뒤였는데 인터뷰 동영상을 가지고 있던 아이의 부모가 핸드폰 파일과 다운로드해 두었던 파일을 지워버린 것이다.(지운 아이의 말이었으니 아이의 실수였는지 부모의 실수였는지 알 수는 없다.) 물론 실수가 있었을 거라는 것은 상상이 가능하다. 딸은 일요일 저녁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하며 울기 시작했다. 그 파일을 지운 친구와 친구 부모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딸에게 왜 미리 그 파일을 여러 개로 복사해서 서로 보관을 하지 않았는지, 단순히 파일이 지워진 것보다 모둠활동 조원들의 안이한 생각이 문제라고 하며 달래기 시작했다. 하지만 쉽게 달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아이와 곰곰이 생각한 끝에 해결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이미 벌어진 일을 파일이 존재했던 며칠 전으로 되돌릴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이 순간 내 아이가 가장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이 상황에서 누구의 책임을 묻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 팀원들과 함께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는 점을 아이에게 말했다.
컴퓨터에 있던 파일이 지워졌지만 포맷을 하지 않았다면 충분히 복구가 가능하다는 점과 혹시 다른 문제가 있다면 앞으로 남은 3일간의 시간이 너희들에게 주어져 있음을 감사해하고 주말이 지나고 복구할 수 있게 컴퓨터를 전문가에게 맡겨 보자고 했다. 다만 우리 집의 컴퓨터가 아니니 그 집에서 주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함께 말해 두었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3일이라는 충분한 시간이 있으므로 파일이 복구가 안될 수 있는 상황을 대비해 인터뷰했던 소아과 선생님께 정중하게 다시 인터뷰를 부탁하는 방법도 아이에게 일러두었다. 아이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우는 것을 그쳤다.
다음날 퇴근 후 아이에게 어떻게 하기로 했는지 물어보니 모둠 팀원들과 의논해 다시 선생님께 가서 추가 인터뷰를 하고 왔다고 그리고 문제가 잘 해결되었노라고 나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어제의 그 당황스러움과 원망의 감정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문제를 잘 해결했음과 다시 인터뷰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자랑스러움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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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일을 해결하는 데 있어 나의 도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해결에 있어 아이는 나름대로의 방법을 팀원들과 함께 해결했다는 점이다. 나 또한 그의 문제를 내가 해결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혀있었다. 내가 아이 친구의 부모에게 전화하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복구가 가능한 상황인지, 안된다면 복구 전문가들에게 맡기자 뭐 이런 상황이 연출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기에 내 아이와 모둠의 친구들은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도출했는지 모른다.
‘아이들은 자연이다’에서 아이들은 가만히 두면 모든 것을 잘해 낸다고 했다. 다만 어른들이 조급함으로 인해서 아이들이 그런 과정을 경험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는 것이다. 여러 번의 관찰과 나의 조급함을 억누름으로 해서 많은 것을 얻은 것 같다.
2013.10.27 일 APAPU를 마치고 타이베이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 위의 두 책은 내 인생전반을 바꾼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읽은 책이었지만 내 삶의 방향을 송두리째 바꾸어버린 책이다.
아이는 자연이다라는 책은 이제 절판이 되고 없다. 중고책방에 가끔씩 올라와 있는 경우가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아이들이 어떻게 커가는지, 부모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물론 저자인 부부의 교육철학에 전적으로 동의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 아이가 꽤 괜찮은 어른으로 커 가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리고 용기 있게 지켜봐 줄 수 있게 해 준 책이었음을 단연코 말할 수 있다.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How will you measure your life) 란 제목으로 고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하버드대학교 교수가 적은 책이었다. 현재 이 책은 ‘하버드 인생학 특강’이라는 제목으로 판매되고 있다. 인생을 살아가며 나, 가족, 조직의 한 부분으로써 어떤 판단을 하는 것이 최선인가를 이야기해 준다. 나는 이 책을 4번 읽었다. 읽을 때마다의 고민이 달랐고, 또한 이 책을 통해 얻는 지혜도 그때마다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