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풍경이 아니라 보아야 하는 풍경이다.
- 박상준의 구석구석 올래길중에서
아빠가 삶의 속도를 늦춘 이유야.
한때 아주 잠깐 아빠는 세상에서 최고라고, 또 최고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빠른 속도로 삶을 달렸어.
그런데 말이다.
10년 동안 아빠가 항상 출근하던 그 길에서 어느 순간 모든 것이 낯설어 보이는 것이 아니겠니.
뭘까? 무엇 때문일까?
자동차로 휑하니 지나가는 일상에서 아빠는 집-병원이라는 허울 좋은 울타리에서
지나치듯 세상을 살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그래서 사진기를 손에 들고 나의 힘으로 걸어보기도 하고, 버스를 타고 잠시 타인의 힘에 기대어 밖의 풍경을 바라보기도 했지..
딸, 가끔 목적 없이 걸어도 좋아.
굳이 인생 모두를 목적을 두고 걸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목적은 없지만 걸으면서 보이는 모든 것이 너의 인생이란다.
뚫어지게 바라보는 동네구석의 강아지도, 바람에 살랑거리며 흔들리는 나뭇잎도 모두 너의 인생이다.
그러니 지금 가고 있는 길이 힘들다고 느끼면
잠시 골목길에 너의 삶을 맡겨 두어도 아무도 너에게 뭐라고 하지 않을 거야.
2013년 4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