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아들과 도쿄 아사쿠사, 간식 따라 걸어보기

중3아들과 도쿄여행

by BUSAN찌어이

짧은 도쿄 여행에서 우리는 가장 일본다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에 가 보기로 했다. 그래서 에도시대의 흔적이 남아 있고, 도쿄를 여행한다면 누구나 한 번쯤 들른다는 아사쿠사에 가보기로 했다.

아사쿠사의 중심에는 628년에 만들어진 도쿄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 센소지가 있다. 전설에 따르면 두 어부가 스미다가와에서 건져 올린 관세음보살상을 모시기 위해 세워졌다고 한다. 단순한 사찰을 넘어 약 1,400년의 긴 역사 속에서 도쿄의 전통과 문화를 간직한 상징적인 장소이자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빌기 위해 찾는 곳이라고 한다.

사실 아사쿠사를 방문한 이유는 전통적인 분위기를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맛있는 길거리 음식이 많다는 사실도 한몫했다. 우리는 일본 특유의 거리를 걸으며 다양한 음식을 맛보겠다는 기대가 컸다.

전철역에서 아사쿠사 입구까지는 조금 걸어야 했지만, 우리처럼 여행을 온 다양한 나라 사람들과 함께 같은 목적지를 향해 걷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길을 따라 걷는 동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멀리서도 한눈에 보일 만큼 큰 도쿄 스카이트리였다. 현대 도시의 상징인 스카이트리를 바라보며 우리는 도쿄의 가장 전통적인 장소를 찾아가고 있었다.


아사쿠사 입구에 도착했을 때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가미나리몬 앞은 세계 각지에서 온 여행객들과 기모노를 입은 사람이 기념사진을 남기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 덕분에 아사쿠사가 도쿄 여행에서 반드시 방문해야 할 명소로 꼽히는지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가미나리몬을 지나면 전통 기념품 상점과 먹거리가 가득한 나카미세 거리가 펼쳐지는데, 우리는 먼저 센소지를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 상점을 구경하기로 했다. 하지만 센소지로 가는 길에 눈길을 끄는 다양한 기념품과 긴 줄이 늘어선 음식점들이 많아 쉽게 발걸음을 옮길 수 없었다. 여기저기 구경하며 한참을 걷다 센소지에 도착했다.

센소지 안으로 들어서자 많은 사람들이 작은 금속통을 흔들며 점을 보고 있었다. 이것은 일본 전통의 오미쿠지라는 방식으로 금속통을 흔들어 나온 막대에 적힌 숫자를 찾아 서랍을 열면 운세가 적힌 종이를 뽑아 보는 것이었다. 중3아들은 간절히 바라는 고등학교가 있었기에 금속통을 흔들어 보고 싶어 했다. 오미쿠지는 운세가 좋으면 간직하고, 나쁘면 근처 줄에 묶어두는 풍습이 있는데, 아들은 뽑은 운세 종이를 집으로 들고 왔다.

결과적으로 아들이 바라던 학교에 입학하지는 못했지만, 지금 다니는 학교에서 누구보다 편안하고 즐겁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 그때 종이를 들고 와서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12월의 연말 분위기 때문인지 센소지 안은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향로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사이로 사람들이 오가며 각자의 소원을 비는 모습들이 많이 보였다. 한국이라면 한겨울의 추위가 느껴질 시기였지만 아사쿠사는 햇살이 따뜻해서 여행의 기분을 더 좋게 만들어 주었다.

센소지는 크지 않아 본당을 둘러보고 주변을 살펴보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본당 앞에서 우리는 아들의 즐거운 고등학교 생활을 기원했다. 그리고 다시 발걸음을 돌려 본격적으로 아사쿠사의 간식을 즐기기로 했다.

우리는 아사쿠사 맛집을 미리 알아보긴 했지만, 상점이 워낙 많아 어디를 먼저 가야 할지 정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유명한 가게들은 멀리서도 눈에 띄는 긴 줄이 있었기에 우리는 미리 정해둔 곳 없이 즉흥적으로 먹고 싶은 곳에 줄을 서 보기로 했다.


그중 가장 먼저 눈에 띈 긴 줄을 따라 서게 된 곳은 '카미나리잇사'였다. 교토산 고급 말차를 사용하는 이 카페는 말차 아이스크림과 말차 라테가 유명하다. 우리는 말차 라테와 아이스크림, 슈크림을 주문했다. 매장에서 직접 갈아낸 말차는 쌉쌀하면서도 깊은 풍미가 있었다. 평소 말차를 좋아하지 않았던 아들도 이날을 계기로 말차의 매력에 빠졌다. 이후 여행하는 동안 말차 전문점을 보면 사 달라고 했고, 지금도 말차 라테를 즐겨 마신다.

다음으로 '시모키린'에서 지파이를 먹었다. 지파이는 대만식 치킨파이로 항상 긴 줄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 곳이라고 한다. 시모키린도 멀리서부터 눈에 띄는 줄을 보고 자연스럽게 줄을 섰고, 주문한 지파이는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그리고 아사쿠사의 유명한 맛집답게 줄을 정리하는 직원이 따로 있어 불편하지 않게 대기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멘치카츠'에서 고로케처럼 생긴 카츠를 먹었다. 소고기와 양파를 다져 만든 멘치카츠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워 현지인과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았다. 이곳 역시 긴 줄이 늘어서 있었지만, 가게는 옆 매장을 임대해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잠시 쉬면서 편하게 음식을 즐길 수 있었다.

또한 걷는 도중 우연히 마주친 노점에서 당고도 맛보았다. 매장 이름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이곳 역시 긴 줄이 늘어선 것을 보아 아사쿠사에서 유명한 곳 중 하나였던 것 같다. 당고는 쫄깃한 식감의 떡에 간장이 어우러져 가장 일본다운 간식이라 생각했다.

이렇게 다양한 먹거리를 즐기며 기념품을 구경하다 보니 아사쿠사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즐거움이 있었다. 센소지에서 아들과 함께 간절히 기도했던 순간과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수고조차 즐거움으로 느껴졌던 순간이 아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되길 바란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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