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아들과 도쿄 시부야의 젊음 속으로

중3아들과 도쿄여행

by BUSAN찌어이

도쿄 시부야는 20년 전, 나의 첫 해외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 중 한 곳이었다. 화려한 네온사인 가득한 거리에 사방에서 몰려드는 인파 속을 정신없이 길을 건너며, 그때 나는 시부야를 ‘세상에서 사람이 가장 많은 곳’으로 기억하고 있다.

세월이 흘러 40대가 된 나는 남편과 중3 아들과 함께 다시 그 스크램블 교차로를 걸었다. 달라진 세월만큼 시부야도 많이 변해 있었다. 그때도 화려하고 복잡했는데, 지금 교차로는 더 넓어졌고 거리에는 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하치코 동상 옆에는 세계 각지에서 온 여행자들이 더 모여 있었다.

특히 시부야 히카리에, 스크램블 스퀘어와 같은 초고층 빌딩들이 새롭게 들어서며 하늘은 더 높아지고 시부야의 풍경은 더 화려해져 있었다.


예전에는 시부야역을 나오자마자 교차로가 눈앞에 펼쳐졌지만, 지금은 재개발된 공간과 고층 건물, 그리고 곳곳의 공사 현장으로 도시의 모습이 더 복잡하고 역동적으로 바뀌었다. 20년 전에는 없던 랜드마크들이 이제는 시부야를 상징하고 있었고, 그 변화 속에서 나는 세월의 흐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우리는 아무 계획 없이 시부야 거리를 걸어보기로 했다. 시부야는 도쿄에서 가장 사람이 붐비는 지역 중 하나라 어디로 향해도 볼거리들이 많이 나왔다. 가장 먼저 들어간 곳은 이번 여행에서 처음 본 GU 시부야점이었다. GU는 유니클로와 같은 회사(패스트리테일링 그룹)의 브랜드로, 옷을 둘러보니 유니클로와 비슷한 느낌을 주면서도 좀 더 젊은 디자인의 옷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가격대도 합리적이어서, 가볍게 쇼핑하기 좋은 매장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처음 보는 브랜드라 유니클로와 비교하며 아들과 한참을 돌아보았다.


GU 시부야점에서 나와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니, 돈키호테, 시부야 109, 파르코(Parco) 같은 대형 쇼핑몰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끈 곳은 한 건물의 가챠샵이었다. 그곳은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붐볐고, 지하부터 3층까지 이어진 매장은 규모가 커서 다 둘러보는 데도 한참이 걸렸다. 아들은 주저 없이 가챠샵으로 들어가 동전을 넣고 손잡이를 돌렸다. 원하는 캐릭터가 나오든 아니든 그 순간을 즐겼다.

그리고 저녁을 먹기 위해 시부야에서 꼭 가보고 싶었던 규카츠 맛집 ‘모토무라(もと村)’를 찾아갔다. 멀리서부터 눈에 띄는 긴 줄에 당황했지만, 얼마나 맛있기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기다리는지 더 궁금했다. 우리는 1시간 20분 넘게 대기줄에서 보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발은 무거워지고 조금 지치기도 했지만, 줄의 끝이 가까워질수록 기대감은 더 커졌다.


기다리는 줄에는 일본 현지인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더 많았다. 특히 중국에서 온 여행객들이 눈에 많이 띄었는데, 그중 한 팀이 우리 앞에 서 있던 같은 중국인에게 함께 줄을 서도 되겠냐고 여러 번 부탁하는 일이 있었다. 몇 차례나 반복된 부탁에 주변이 술렁이고 시선이 쏠렸지만, 다행히 앞선 팀이 곤란해하며 거절하여 상황은 자연스럽게 마무리되었다. 오히려 그 짧은 해프닝 덕분에 긴 기다림이 조금은 흥미로운 추억으로 남았다.

긴 기다림 끝에 마침내 우리는 테이블에 앉았다. 처음 맛보는 규카츠가 일반 돈가스와 어떻게 다를지 기대가 컸다. 자리에 앉자마자 마신 시원한 맥주 한 잔이 기다림의 피로를 씻어주었고, 오랜 시간의 보상으로 우리는 가장 큰 사이즈를 주문했다.


규카츠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웠다. 특히 반쯤 익힌 고기를 개인 화로에 올려 원하는 만큼 구워 먹는 방식이 좋았고, 소스를 바꿔가며 맛보는 재미가 있었다. 아들은 집으로 돌아가기 전 한 번 더 먹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만족스러워했다.

기다림이 맛을 더 특별하게 만든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건 직원들의 친절한 응대였다. 일본 특유의 정중함을 넘어, 오랜 시간 기다린 손님에게 진심을 다하는 태도가 느껴져 규카츠에 대한 기억이 더 좋았다.


짧았던 시부야에서 아들과 함께 걷고 기다리며 웃었던 시간이 여행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다. 복잡한 거리 속에서 나란히 걷고, 긴 줄 끝에서 먹은 음식이 아들에게도 오래도록 좋은 추억으로 남았으면 한다.

아들이 20대가 되어 다시 시부야를 찾게 된다면, 엄마의 20대 시부야와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지 그리고 이번 여행을 어떻게 떠올릴지 궁금하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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